넷플릭스, 로블록스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직장인 강모 씨(30)는 요즘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주식을 사고판다. 그동안 미국 증시가 개장하는 오후 11시 반부터 잠깐 동안 거래한 적이 많았지만 올 들어 뉴욕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새벽까지 깨서 매매하는 것이다.
강 씨처럼 밤잠을 설치던 ‘서학개미’들이 한국 증시가 열리는 낮 시간대에 편리하게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증권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주간 거래 서비스’를 통해 미국 주식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물리적 시차가 사라진 것이다. 삼성증권은 7일부터 미국 주식 전 종목에 대한 주간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한국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정규장처럼 미국 주식을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래 수수료(온라인 기준 0.25%)와 적용 환율은 정규장과 동일하다.
삼성증권은 미국의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과 독점 제휴를 맺어 세계 최초로 주간 거래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루오션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야간 거래 지원을 승인 받은 유일한 대체거래소다.
그동안 미국 주식 거래는 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후 11시 반부터 오전 6시까지 문을 여는 뉴욕증시 정규장과 장 전후 시간 외 거래를 통해 가능했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시간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절반이 오후 11시 반부터 오전 1시 반 사이에 거래했다. 서학개미들이 밤잠을 줄여가며 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서비스를 통해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간대가 확대되면서 서학개미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약 709억 달러)의 85.7%(약 608억 달러)가 미국 주식에 쏠려 있다.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톱10’ 주식도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모두 미국 주식이다.
사재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삼성전자 같은 국내 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곧바로 애플,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다”며 “서학개미들의 투자 기법도 다양해질 것”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정규장 마감 이후 실적 공시나 사업 계획 등을 발표할 때가 많아 주간 거래 서비스 활용이 유용하다고 삼성증권 측은 강조했다.
다만 이번 주간 거래 서비스는 삼성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에게만 제공되는 장외 시장이기 때문에 정규 시장보다 유동성이 적고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레이어인 투자자 수가 정규 시장보다 적어 가격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자인 ‘제인스트리트’ 등 해외 기관들과 손잡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 괴리를 줄일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