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포드가 합작한 총 13조5000억 원 규모의 미국 전기자동차·배터리 공장이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올해 2분기(4∼6월) 공사에 들어가 2025년 양산 목표였던 것에 비해 두 분기 앞당겨진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달 말 배터리 합작 3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4공장 건설을 시사하는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속도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지난해 9월 미국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2월에는 합작사 본계약(Joint Venture Agreement)에 최종 사인했다. 합작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미국 현지에서는 공사가 시작됐다. 양 사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미국 테네시주 공장은 배터리 생산 능력 43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켄터키주 공장은 86GWh 규모로 건설된다.
남은 절차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경쟁당국의 합작 승인을 앞두고 있다. 최종 승인까지는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아닌) 두 회사 공동 투자에 기반한 합작 계약이기 때문에 시간상의 문제일 뿐 승인 과정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은 4분기(10∼12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업체의 가파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올해 말 생산능력 계획을 60GWh에서 77G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도 지난달 25일 GM과 총 21억 달러(약 2조5200억 원)가 투입되는 제3공장 합작 사실을 공시했다. 이 공장은 2025년 양산이 목표다. 일주일 뒤인 이달 1일(현지 시간) 메리 배라 GM 회장은 “상반기(1∼6월) 중 네 번째 합작공장 위치를 발표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1∼3공장을 통해 연 12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1공장은 올해, 2공장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2025년을 목표로 생산능력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장 완공 일정이 잇따라 정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 1위 자리를 놓고 숨 가쁜 속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속도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배터리공장은 건설에만 2년 반∼3년이 소요되고, 완공되더라도 양산할 수 있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드는 데 또 1년 가까이 걸린다. 가동률도 초기부터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려면 속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배터리업체들은 단기간 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차업체와의 합작을 선택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30억 달러(약 39조5000억 원)에서 2025년 1600억 달러 규모로 5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36.7%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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