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등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유가상승 영향으로 국내 휘발윳값이 급등하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오르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4일을 기준으로 배럴당 90.22 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도 각각 92.31달러, 93.27달러를 기록하며 국제 3대 유종 가격이 모두 90달러를 돌파,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늘고 있는 등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국내 휘발윳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며 전국 휘발유 가격도 급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이달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5.2원 오른 L당 1667.6원으로,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84.4원, 서울은 1755.7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 시차를 보이는 만큼, 1800원대 돌파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유류세 시행 직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초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10원가량이었다.
심상치 않은 유가 급등에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회의를 개최하고 국제유가 동향 및 위기 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판매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유가상승 영향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까지 가중되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날 전력도매가격(SMP)은 kwh 당 최대 214.53원을 기록하면서 평균 200원대를 돌파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에 영향을 받는 SMP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LNG 가격이 오르면서 동반 상승했다.
SMP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곧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해야 할 연료비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기요금 인상으로도 연결된다. 특히 올해 한전이 대규모 적자에 빠질 것이란 업계 분석이 나오면서 가격 상승 압박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전력이 올해 10조원 이상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역시 5조5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의 추정치인 3조6500억원을 하회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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