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 A 씨는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포기하고 감귤과 바나나만 사서 돌아왔다. 딸기 값이 500g에 1만8000원대나 됐기 때문이다. 같은 가격이면 비슷한 분량의 다른 과일이나 과자를 사고도 남았다. A 씨는 “두 아이가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먹을 분량이 2만 원 가까이 되니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딸기 케이크, 딸기 빵 등 딸기가 들어간 모든 간식 값이 다 올랐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원) 농업관측센터는 8일 ‘딸기·파프리카 수급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2월 딸기 가격이 2㎏ 기준 2만5000원으로 지난해 2월에 비해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 기준 3만9800원까지 올랐던 1월에 비해 하락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때 이른 설 명절을 앞두고 1월 하순에는 같은 양의 딸기 가격이 4만7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딸기 가격 강세는 지난해 발생한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경원은 “딸기 생육기인 9월 하순~10월 상순에 고온으로 병충해가 발생했고, 이후 저온으로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10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지는 등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병충해로 딸기 모종 상당수가 고사했다. 그러다 11월 하순 한파가 닥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농가 고령화와 인력부족 등으로 딸기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이에 따라 올 2월 딸기 출하량은 1년 전에 비해 10%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출하 시기도 늦춰져 2월 중순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경원은 당도와 크기 등 딸기 품질은 일조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딸기 소매가격은 여전히 부담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7일 딸기 평균 소매가(중품 2㎏ 기준)는 3만6340원으로 1년 전(2만6360원)에 비해 37.8% 올랐다. 딸기 가격이 크게 올랐던 1달 전보다는 16.3% 떨어졌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63.1% 오른 것이다.
딸기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딸기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경원에 따르면 1월 딸기 잠정 수출량은 488t으로 1년 전(970t)에 비해 49.7% 감소했다. 1년 만에 딸기 수출 물량이 절반으로 축소된 셈이다. 한국의 주요 딸기 수출국은 홍콩으로 전체 수출량의 32%를 차지했다. 이어 싱가포르(19%), 태국(18%), 베트남(1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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