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준수]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다시 시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전준수 서강대 경영대 명예교수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해 오던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조선사는 아무런 대비책이 없는 것인지 안타까워하고 있다.

조선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에선 몇 년 전부터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 자국 조선소들의 합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일반 벌크선박의 경우 우리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EU가 유독 한국 조선소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EU 선주들이 치중하고 있는 LNG 등 고부가가치선 건조에 한국 조선소가 월등한 건조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주요 에너지원과 선박연료 시장을 장악할 LNG선과 LNG 연료 추진선에서 건조기술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조선소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또 이제까지 한국 조선소들의 과도한 수주 경쟁으로 어부지리 이익을 보아 왔던 유럽 선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국 조선사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들면 그만큼 수주경쟁이 줄어들고 수주 가격이 정상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1척에 2억5000만 달러씩 하던 LNG 선박 가격이 2억 달러까지 내려와 있다. LNG선 1척 수주 가격의 겨우 1∼2% 정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프랑스 GTT사에는 LNG 한 척당 수주 가격의 5%씩 로열티를 내고 있다.

이러한 한국 조선사들의 사정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국 선사들의 이익에만 치중하는 EU에 우리 정부 당국은 언제까지 저자세로 대처해야 되는가.

유럽 해운사들은 편의치적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국가에 현지법인을 만든 뒤 그 나라에 저렴한 세금을 내고 개도국 선원들을 채용하여 선원비를 절약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이 해운의 국제성이다. 따라서 선박 건조나 구입에 있어서도 그 나라 이름으로 한국 조선소에 주문하면 되는 것이다. 유럽의 주요 선사들인 머스크, MSC 등은 작년 영업이익을 200억 달러 이상씩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재정적 여력은 풍부하다.

우리가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최고 품질의 선박을 건조하는 한 EU 선주들은 우리 조선소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편의치적 국가 이름으로 계속 한국에서 건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인 조선 산업이 되도록 자본을 키워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해 적절한 이익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 공정위원회는 이미 EU의 결정이 내려진 것과 무관하게 신속히 합병 승인을 해주어 우리 조선 산업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eu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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