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철강 관세 완화… 한국은 협상 시작도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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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U이어 일본과도 협상 타결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미국과 동맹국 간의 관세 갈등이 속속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과의 협상은 시작조차 못한 상황이라 당분간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동맹 복원·中 견제 나선 美
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4월 1일부터 연간 125만 t의 일본산 철강 제품에 지금까지 적용했던 25%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넘는 물량은 지금처럼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125만 t은 2018, 2019년 2년간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철강 물량의 평균치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미 철강 산업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걸림돌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일본산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됐던 10% 관세의 철폐 여부는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이 합의에는 ‘제품의 모든 공정이 일본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값싼 중국산 철강을 들여와 일본에서 가공만 한 제품에는 관세 면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EU와 철강 관세 분쟁을 타결할 때도 비슷한 내용의 ‘중국 견제’ 조항을 포함시켰다. 당시 합의로 현재 연 330만 t의 EU산 철강이 미국에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6월 유럽과 일본 등 거의 모든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이후 ‘동맹 복원’을 기치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하면서 양측의 관세 분쟁이 일단락되는 형국이다.
○ 한국과의 협상 일정은 불투명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철강에 대한 232조 적용의 개선 필요성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지만 언제 구체적인 재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관세 면제를 받은 EU와 일본산 철강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쿼터제에 묶인 한국산 철강은 역차별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8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무관세 70% 쿼터제라 (EU, 일본 수준으로) 사실상 합의가 된 수준이라고 보는 측면이 있다. EU, 일본 등과 협상을 발표한 만큼 한국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미국 측에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산업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8일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한미 간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승소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WTO는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급격한 수입 증가가 있었는지’ 등 쟁점 5개 모두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 줬다. 미국이 WTO 패널 판정 결과를 수용하면 분쟁은 종료되지만, 상소할 경우 분쟁 상태가 지속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기업의 주장을 수용해 2018년 2월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렸고 한국 정부는 그해 5월 WTO에 제소했다.

#일본 철강 관세#관세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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