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서울 전세시장…호가 낮춘 매물 급증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9일 15시 30분


코멘트
매매 시장에 이어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도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 매물 급감 등의 이유로 2년 넘게 이어져온 상승세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 수요 감소와 대출규제 강화 등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전셋값 약세 현상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신규 입주물량 감소, 계약갱신청구권 만기 도래 등이 올해 전셋값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지난주(1월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이 -0.02%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9년 6월 10일(-0.01%) 이후 처음이다. 137주(2년8개월) 동안 이어져 온 상승세에 이상 기류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성북구와 노원구 전셋값이 지난주 각각 -0.04% 하락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하락폭이 컸다. 특히 성북구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전셋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다.

성북구의 경우 길음동의 2029가구 대단지 ‘롯데캐슬 클라시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점이 전셋값 하락세에 속도를 붙이는 양상이다.

롯데캐슬 클라시아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와 붙어있는 래미안 센터피스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작년에 7억5000만까지 전세가 나갔었는데 요즘엔 전세 매물이 잘 안 빠지면서 가격이 5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며 “롯데캐슬 클라시아도 마찬가지로 5억5000만원에 나온 매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도봉구 창동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도봉구 창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5억원대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4월3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인근 상아2차 전용면적 84㎡의 경우 4억8000만원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전세 수요가 줄고 매물이 쌓이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려 조정하는 분위기라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창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창동역에서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 30평대 전세가 작년에는 6억원 정도 했었는데 요즘 5000만원 이상 떨어져 5억원 초반대 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며 “작년에 비해 많이 내려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경우에도 지난해 10월 11억7000만원(7층)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달에는 2억원 가까이 떨어진 10억원(23층)에 거래 됐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의 전세 매물 호가는 9억5000만원~11억원 수준이다.

실제로 전세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통계 지표도 세입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주(1월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1.7로 최근 9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이 수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에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세 매물도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앱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3만664건으로 6개월 전(1만9792건)에 비해 54.9%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전세자금 대출금리 상승,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이동 수요 감소, 청약 대기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현장 중개업자들은 최근 수요 감소 분위를 감안할 때 당분간 전셋값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봉구 창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는 나가겠다고 하는데 찾는 사람이 없이 날짜가 자꾸 지나가니 임대인 입장에서는 가격을 싸게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질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올해 7월 말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한차례 사용한 물건들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전셋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줄어든다는 점도 전셋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서울의 내년 입주물량은 1만8148가구로 올해보다 14% 감소할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올해 서울과 수도권 입주 물량이 예년 평균에 비해 감소하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또한 올해 하반기 7~8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만기 매물이 나오는 시기도 맞물려 있어서 전셋값이 어떻게 되는지 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까지는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