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번도 손님에게 집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집주인들도 3월 대선 전까지는 지켜보겠다고 하는 상황이에요.”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3000채 규모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가 있으면 가격을 낮추겠다는 집주인도 있지만 호가는 이전 최고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 단지의 30평대(전용면적 84㎡) 호가는 32억~32억 5000만 원선. 직전 최고 가격인 지난해 9월 32억 원과 큰 차이는 없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송파구 아파트 가격이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로 집값 하향 안정세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똘똘한 한 채’가 밀집한 강남, 서초구의 경우 보유세 부과 전인 5월까지 거래를 마치려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집주인과 매수자 간 힘겨루기로 거래 자체가 끊긴 모습이다.
송파구에서는 일부 단지에서 수개월 만에 급매물이 팔리면서 실거래 가격과 호가가 모두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약 7000채 규모 대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의 30평대 아파트(전용 84㎡)가 지난달 23일 2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동 아파트가 23억1000만 원에 팔린 뒤 5개월 만에 성사된 거래다. 인근 공인 중개업소는 “보유세가 부담스러운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과 시점 이전인 5월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가격을 낮추겠다고 한다”며 “일부 매물은 호가가 20억~21억 원까지로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매물도, 매수자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이유는 이처럼 집주인과 매수자 간 희망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송파구 거여동 2000채 규모 신축 단지인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의 30평대(전용 84㎡) 호가는 18억~19억 원이다. 이전 최고가와 비교해 1억~2억 원 가량 내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더 낮은 가격을 원해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979년 지어진 송파 장미1차아파트 역시 지난달 28일 전용 82㎡가 23억2000만 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9월 23억 4400만 원에 비해 가격이 다소 내렸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간간히 매수를 문의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 22억 원대 매물을 찾다 보니 가격이 맞지 않아 거래가 잘 성사되질 않는다”고 전했다.
집주인들은 양도세가 높은 상황에서 가격을 낮춰 거래하기보다는 증여를 택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은평구와 반포동 각각 1채를 가진 손님이 은평구 집은 증여하고, 반포동 집은 대선 이후에 매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며 “급한 사정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이미 증여 등으로 매물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일 현재 776건이다. 아직 1월 거래 신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1월 1366건, 12월 1125건에 이어 3개월 연속 1000건 대를 기록하거나 1000건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3월 대선이 서울 아파트 시장 흐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6월 보유세 부과 전 매물을 처분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부족과 부동산 정책 변화 등 시장에 상승요인이 여전해 아파트값이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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