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4’ 최대 실적… 금리인상에 순이자이익 34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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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 열풍에 금융권 함박웃음

국내 4대 급융그룹이 일제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나란히 ‘4조 클럽(순이익 4조 원대)’에 처음 입성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른 결과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금융사들만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커진 가운데 각 금융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배당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섰다.
영끌, 빚투에 금융그룹 이익 34% 늘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4조5429억 원으로 2020년(10조8143억 원)에 비해 34.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27.6% 늘어난 4조4096억 원, 신한금융이 17.7% 증가한 4조193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나란히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은 2년 연속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8년 연속 순이익이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나금융은 33.7% 늘어난 3조5261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도 지난해 2조5879억 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4대 금융그룹 중 순이익 증가 폭이 98.0%로 가장 컸다.

금융그룹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은 코로나19 저금리 기조 속에 빚투, 영끌이 계속되면서 은행 이자 수입과 증권, 보험사의 수수료 수입이 동반 상승하며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순이자이익(대출로 벌어들인 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금액)은 34조706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5% 늘었다. 주요 계열사인 은행들은 모두 사상 최대인 2조 원대 순이익을 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맞물리자 은행들은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며 예대마진을 키웠다. KB국민(318조7000억 원), 신한(271조1000억 원), 하나(256조7000억 원), 우리(260조)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은 총 1106조5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다.

‘이자 장사’ 비판에 주주 환원 나서
코로나19 장기화와 대출 금리 상승으로 빚을 늘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금융사들만 ‘코로나 유동성’에 힘입어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을 키우는 금리 산정 체계가 적정한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권 실적 잔치에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자 금융그룹들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4대 그룹은 2020년 20%까지 낮췄던 배당 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제히 25.3~26.0%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높였다.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도 금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 등 금융그룹들이 예·적금 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에 대출 주도권을 은행에 넘겨준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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