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지역구 챙기는 ‘정치인’ 中企장관 [기자의 눈/김소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3시 00분


지역구 ‘고교 신설 통과’ 치적 홍보
소상공인 이슈 편중… 中企 현안 소홀
“장관 안 나서니 중기 목소리 사라져”

김소민·산업 2부
김소민·산업 2부
“경기 화성시 봉담2지구 고등학교 신설 계획, 교육부 심사 통과.”

교육부나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내용이 아니다. 최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학령인구 대비 고교 수가 적은 봉담읍에 고교 신설이 확정됐다는 지역 숙원 사업 관련 내용이다.

권 장관은 이 학교가 위치한 경기 화성병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맡고 있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인 장관을 겸직할 수는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정치인 장관’이 총 17명으로 유독 많아졌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간 정치인 장관이 종종 있었지만 대놓고 지역구 챙기는 장관을 보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중기부의 핵심 역할은 △중소기업 △창업벤처 △소상공인 지원이다.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이한 권 장관이 이끈 중기부는 코로나19를 감안해도 소상공인 이슈에 상대적으로 편중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손실보상을 제도화해 소상공인을 지원한 건 공(功)이지만 중소기업 육성에 목소리를 낸 사례가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1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제 등 코로나19를 간신히 버티는 중소기업 현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적용’을 최대 어려움으로 꼽은 것과 온도차가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도 “벤처기업 특성상 주 52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복수의결권 허용도 진척 안 되는 걸 보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에게 스탠스를 맞추는 게 정치인 장관의 한계”라며 “장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기부는 소상공인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청에서 격상된 부처다. 중소기업 인력난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아 복잡하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기부 장관이 목소리를 안 내니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제대로 대변하는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한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무겁게 들어야 한다.

#정치인 지역구#중기부 장관#고교 신설 확정#권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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