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 공동학술대회서 경고
“재정 제약 없는 것처럼 쏟아내면서 현실화땐 어떤 충격 줄지 설명 없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추경) 대폭 증액과 현금성 공약 등을 내세우는 정치권을 겨냥해 경제학자들이 “정치권이 재정 제약이 없는 것처럼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경제학회 등 55개 경제학 관련 학회 주최로 10일 개막한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어느 한쪽이 선심성 정책을 들고나오면 다른 한쪽은 더욱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단기적 인기 정책으로 인해 커다란 장기적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약이 실천되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우리 경제에 어떠 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국민 합의 없이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악화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학자들은 불어나는 정부와 민간 부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의 합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254%까지 확대됐다”며 “가계·기업 부채가 이미 과다 부채 임계치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선제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평가’ 논문을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선투자’ ‘착한 빚’ 논리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염 교수는 늘어난 나랏돈 지출에 대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빚을 내서 조달한 정부 지출이 빚을 갚고 남을 정도로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등을 통해 대기업, 중견기업에 활력을 제고하고 고용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신산업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경제학회 회원이 선정한 ‘한국 경제의 7대 과제’를 발표하며 △생산성 향상 및 신산업 육성 △저출산 문제 △부동산 시장의 수급 균형과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 △잠재성장률 제고 △가계부채 문제 △소득 불평등 문제 △국가부채 문제를 꼽았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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