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주요 10개 경영 분야 중 9곳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전체 매출에서는 현대차가 삼성 다음으로 2위를 유지했다. 시가총액에서는 LG, 순이익은 SK가 각각 2위를 기록했다.
한국CXO연구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4대 그룹 대상 주요 10개 분야별 순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5월께 발표한 공정자산 순위 상위 4개 그룹이다. 비교 경영 항목은 공정자산, 매출, 당기순익, 시가총액, 고용, 영업이익률, 매출 10조 이상 슈퍼기업수, 1인당 매출, 1인당 영업이익, 부채비율 10개 항목이다. 10개 항목별로 금·은·동메달에 해당하는 1~3위로 순위를 매겼다. 비교 근거가 되는 실제 경영 실적 현황은 2020년 기준(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이고, 시가총액은 이달 11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 삼성은 주요 10개 경영 분야 중 9곳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공정자산은 457조 원 규모로 대한민국 1위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공정자산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집단의 서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과 금융회사의 자본총액을 더한 것이 공정자산이다. 일반인으로 치면 개인재산과 성격이 비슷하다.
그룹전체 매출에서도 삼성은 333조 원으로 확고부동의 1위였다. 이외 시가총액(685조 원), 순익(20.7조 원), 고용(26만2126명), 매출 10조 넘는 기업수(6곳), 직원 1인당 매출(12억7300만 원), 직원 1인당 영업이익(1억200만 원), 영업이익률(8%) 항목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딴 것으로 기록됐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삼성은 다수 항목에서 초격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내 재계 순위 경쟁에서 최대 관심사는 삼성의 금메달 숫자보다 2위가 어느 그룹인지에 관심이다.
현대차는 이번 비교 조사 10개 항목 중 4곳에서 은메달을 확보했다. 눈에 띄는 종목은 그룹전체 매출이다. 현대차의 지난 2020년 매출은 182조 원 수준으로 3위(동메달)를 한 SK(138.8조 원)보다 40조 원 이상 많았다. 현대차와 SK가 매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향후 현대차와 SK 간 그룹 매출 경쟁이 주목된다.
고용에서도 현대차는 삼성 다음으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년 기준 현대차 그룹의 전체 임직원 수는 16만6925명이다. 매출 10조 넘는 슈퍼기업 숫자도 5곳으로 국내 그룹 중에서는 삼성 다음으로 현대차가 많이 보유했다. 현대차 그룹 매출 10조 클럽에는 현대자동차(20년 매출 50조6610억 원), 기아(34조3623억 원), 현대모비스(22조9544억 원), 현대제철(15조5680억 원), 현대모비스(12조9099억 원)가 매출 10조 클럽에 포함됐다. 현대차 다음으로는 LG가 4개의 매출 10조 슈퍼기업이 활약 중이다.
공정자산 순위에서는 현대차가 246조 원으로 여전히 국내 재계 넘버2로 달리고 있다. 3위는 SK(239.5조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소한 차이로 현대차가 SK보다 앞선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5월 발표될 2022년도 재계 공정자산 순위 발표에서는 상위권의 순위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 3분기 보고서 등을 토대로 살펴보면 SK가 현대차보다 공정자산 규모가 많아지는 곳으로 잠정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 되면 SK가 국내 그룹 서열 2위로 재계 위상이 새롭게 달라진다.
SK그룹은 비교 대상 10개 항목 중 금메달 1개를 따냈다. 바로 부채비율이다. SK의 2020년 기준 그룹전체 부채비율은 71.31%로 4대 그룹 중 가장 낮았다. 부채비율은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지표다. 다른 항목과 달리 수치가 낮을수록 성적이 상위권에 속한다. 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00% 이하이면 재무건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부채비율을 제외하고 SK는 당기순익, 직원 1인당 매출, 직원 1인당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4개 항목에서 2위를 했다. 2020년 기준 SK의 당기순익 규모는 9조3789억 원이었다. 금메달을 딴 삼성보다는 적었지만 동메달을 기록한 현대차(3조8220억 원)와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이외 SK는 그룹전체 직원 1인당 매출은 12억930만 원, 1인당 영업이익은 7540만 원으로 4대 그룹 중 두 번째로 상위권에 속했다. 영업이익률도 6.2%로 삼성에 이어 은메달에 해당하는 2위였다.
LG 그룹의 경우 공정자산, 매출, 당기순익, 고용, 영업이익률 등 주요 항목에서 은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했다. 더구나 LG그룹에 있던 몇 몇 계열사들이 LX그룹으로 떨어져 나가게 됨에 따라 매출 등 주요 항목에서 2위를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그룹전체 시가총액 항목에서 SK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룹별 시가총액 규모 넘버2로 올라간 최초 시점은 지난달 27일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국내 그룹별 시총 순위 판도도 단숨에 바꿔졌다.
LG엔솔의 상장으로 삼성 다음으로 국내 그룹 시총 2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던 SK는 3위로 밀려났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LG 계열사에서 상장한 주식종목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230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날 SK그룹 전체 시총 193조 원보다 35조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1997년 당시만 해도 국내 공정자산 기준으로 재계 서열 순위는 현대, 삼성, LG, 대우, SK 순이었지만 20년 넘게 흐른 올해 5월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순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룹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과거의 성공 방식에만 도취해 새로운 도전의 옷을 갈아입는 탈피의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지 않으면 점점 그룹 경쟁력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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