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제품의 선한 영향력… 소비자 삶 개선하며 함께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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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의 궁극적 지향점 ‘넷 포지티브’

ESG 경영이라는 장기적 여정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삶을 자발적으로 추구하려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 영역과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대응 전략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요구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면서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검증할 수 있다.
ESG 경영이라는 장기적 여정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삶을 자발적으로 추구하려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 영역과 트렌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대응 전략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요구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면서 제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검증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러나 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0년대 들어 2020년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검색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이 시기 국내 기업의 보고서 증감률에서도 이 같은 ESG 정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컨설팅 기업 KPMG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 비율은 2017년 대비 6%가량 증가하기는 했으나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78%만이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이는 조사 대상인 52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평균 보고율인 84%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예컨대 일본(100%), 말레이시아(99%), 대만(93%), 호주(92%)와 비교해도 한국은 아직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다시 불고 있는 ESG 열풍 직전, 이처럼 오랜 기간 지속가능 경영 관련 성과가 정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보고 중심의 반복된 활동으로 기업 경영진과 실무진 모두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둘째,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가 기업 책임과 관련한 국제 표준 (ISO 26000)을 발행했지만 이마저 요구사항이 아닌 권고와 가이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업이나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셋째, 가장 많은 자원과 돈을 들여 가장 적은 독자에게 읽히는 ‘보고를 위한 보고서’라는 회의론이 커졌다. 넷째, 평가와 보고에 기울인 많은 노력이 전사적인 전략, 사업 목적, 마케팅에 반영되지 못했다. 다섯째, 지속가능 경영 관련 노력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데 활용되지 못했다.
○ 궁극적 지향점, 넷 포지티브
최근 ESG 전문 컨설팅 업체 ‘에코스트래티지스’의 앤드루 윈스턴 대표는 모든 기업이 지향하는 ESG 지향점으로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를 제시했다. 넷 포티지브란 소비자, 협력사, 임직원, 지역사회, 심지어는 미래 세대 및 지구라는 행성을 포함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삶을 개선하고 기업의 사회환경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수용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경쟁사나 시민사회, 정부와의 협력을 주도한다.

다시 말해, 넷 포지티브 기업은 소위 ‘덜 나쁜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넷 포지티브 기업은 전 세계적 환경 및 사회 지속가능성의 긍정적 개선이라는 기업 책임을 수용해 사업 목적과 일치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실제로 감소시킨다. 또한 브랜드와 제품의 영향력을 활용해 사회 혐오와 차별을 다양성, 공존, 평등으로 개선하는 기업이다. 나아가 협력사, 경쟁사, 정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통해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한다.

선도적 글로벌 브랜드들은 이미 자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해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소비와 미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양모와 사탕수수, 버려진 페트병 같은 원료로 신발을 생산하는 올버즈,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에탄올을 생산해 탄소 감축 보드카를 판매하는 에어컴퍼니 등이 그 예다. 탄소중립(넷 제로), 거버넌스 개선, 보고 및 리스크 관리 등 현재 많은 기업들이 주력해 온 ESG 활동들과는 다른 행보다.
○ 고유 가치 파악해 사업 목적에 통합
넷 포지티브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넷 포지티브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사의 고유 가치, 자산,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련 시장과 혁신 협업하면서 윤리적 소비자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지원하려는 책임을 사업 목적에 통합해야 한다. 또한 넷 포티지브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최적점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 그린 프리미엄 탓에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면 지속가능한 소비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또한 친환경인 척만 하는 ‘그린 워싱’ 논란이 없도록 진정성을 갖추되 소비자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역시 급진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지속적인 공시와 투명성 개선은 물론이고 공시 정보에 대한 제3자 검증, 인증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소비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속화해야 한다. 전 세계 소비자의 47%가 ‘나의 소비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상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지속가능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의 의도와 실제 소비 행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문화로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고 저렴하게 보급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말로 ‘넷 포지티브’ 기업 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 또한 이것이 ESG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주로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ESG 전략의 기반을 구축했던 ‘ESG 1.0’ 단계에서 ESG 자체가 기업의 브랜드이자 새로운 사업의 기반이 되는 ‘ESG 2.0’ 단계로 진입하는 우리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다.

#dbr#넷 포지티브#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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