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무보수-미등기 임원 경영 참여
수년째 “AI 없인 미래 없다” 강조
신사업 진척 없자 직접 진두지휘
대규모 투자-M&A 속도 낼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 회장에 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를 따로 받지 않는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지난해 SK텔레콤 산하에 출범시킨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신산업 태스크포스(TF) ‘아폴로’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 AI사업 실무 단계부터 직접 챙겨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그룹 핵심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SK텔레콤 회장을 겸직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 대표이사 회장과 SK텔레콤 회장을 겸직하게 된다. 겸직 발령은 이르면 이번 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SK텔레콤 회장이 되면 그룹 총수가 특정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는 형태가 된다. SK텔레콤 등기이사가 되려면 이사회 의결 및 보수 책정이 필요하다. 또 지주회사인 SK㈜ 대표이사 신분을 유지하면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미등기·비상근 형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SK텔레콤 경영 참여 결정은 수년째 강조해온 AI 사업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간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던 그룹 AI 사업을 계열사 내 실무 단계부터 직접 챙기며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최 회장은 2019년 8월 SK이천포럼에서 “AI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SK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0년 6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확대경영회의에서도 “AI 등 신사업을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 AI에 미래 맡긴 SK그룹
SK그룹은 최근 꾸준히 AI 사업에 진출해 왔다. 그룹 내 첫 별도 법인으로는 2020년 9월 SK하이닉스가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범시킨 AI 전문 연구개발(R&D) 기업 가우스랩스가 있다. 올해 1월에는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로 구성된 ‘SK ICT 연합’의 공동 투자로 미국에 AI 반도체 법인 사피온을 설립했다.
핵심 조직은 지난해 5월 최 회장 주도로 출범시킨 SK텔레콤의 AI 전략 TF 아폴로다. 아폴로는 향후 SK그룹 AI 전략을 총괄하는 자회사로까지 육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1년이 가깝도록 대외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이 아폴로를 직접 이끌게 되면 그간 분산돼 있던 그룹 AI 역량이 더 강력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은 아폴로를 통해 그룹 내 AI 담당 인력들이 머리를 맞대는 차원이었다면 앞으로 구체적인 실행과제가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AI 패권 경쟁에서 SK가 확실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 회장의 직접 경영 참여로 이제 그룹 차원에서 확실한 AI 투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SK그룹에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올 초 또 다른 신사업 축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계열사 SK온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 회장의 계열사 직접 경영과 최 수석부회장의 8년 만의 경영 일선 복귀로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범위도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계 총수들, 경쟁적으로 AI 투자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 비단 SK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I 글로벌 석학들을 두루 만나 교류하는 한편 2020년 세계적인 석학인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직접 영입하기도 했다. 글로벌 인재 유치에 총수가 직접 나설 만큼 그룹 전체의 투자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를 그룹의 주요 목표로 강조했다. LG그룹도 2020년 구광모 ㈜LG 대표의 의지를 반영해 AI 전담조직인 LG인공지능연구원을 출범시킨 뒤 전 계열사의 AI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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