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은 직원이 했는데”…‘상폐 심사’에 묶인 개미 돈만 ‘2조’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1일 05시 50분


개인투자자 금액은 거래정지 전 주가 기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개인투자자 금액은 거래정지 전 주가 기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지난 18일 코스닥 상장사 휴센텍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다. 올해만 3개 기업이 ‘내부횡령’ 문제로 거래가 중단됐고,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역시 횡령 이슈로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다. 총 2조원이 넘는 27만5000명 소액 주주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묶여 있는 상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 휴센텍 등 3개사가 ‘내부 횡령’ 문제로 거래가 정지됐다. 3개 상장사의 소액주주수는 4만5000여명으로 거래 정지된 주가를 기준으로 이들의 투자금은 1조2628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2019년부터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는 코오롱티슈진, 2020년부터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을 포함하면 소액 주주수는 27만5000명, 투자금은 2조982억원에 달한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마지막 코스닥시장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 결과 속개(판단보류) 결정을 내렸다. 코오롱티슈진은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재심사를 받게 된다. 속개는 기간이 정해지지 않아 개미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은 길어졌다.

만약 여기서 상장유지 결정이 나더라도 바로 거래가 재개되지 않는다. 거래소는 앞서 상장폐지 사유인 품목허가 취소 건과는 별개로 코오롱티슈진 임직원의 횡령·배임으로 발생한 상장폐지 사유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상태다. 오는 8월 또다시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상장폐지 여부 판단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상장유지(거래재개), 상장폐지, 개선기간 부여가 결정된다.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2020년 5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후 지난 18일 기심위로부터 추가로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신라젠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8월18일로부터 15일 이내(영업일 기준)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오는 10월에 다시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폐 여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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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기간은 최대 2년까지 받을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2년을 모두 썼기 때문에 이번 재심사에서 상장폐지와 유지 중에 무조건 결론을 내야 한다. 신라젠은 앞서 1년을 받았고, 이번에 6개월을 받으면서 마지막 개선기간 부여 기회는 6개월만 남았다. 두 기업 모두 개선기간을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연초부터 내부 횡령 이슈가 발생하면서 거래가 정지됐고, 지난 17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오는 4월 기업심사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관건은 3월에 나올 감사보고서다.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이 나온다면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사건’과 별개로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아내기 전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의견 거절’보다 낮은 단계인 ‘한정’ 의견이 나와도 기심위가 상장 재개를 결정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계양전기와 휴센텍은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계양전기는 3월10일, 휴센텍은 4월8일까지 거래소가 이들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도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고, 회사의 개선 계획도 확인해야 하는 만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릴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27만 개미들의 기다림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주자들이 ‘개인투자자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거래소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대통령 선거, 감사보고서 제출과 같은 이벤트를 고려해 회의 속개, 조사기간 연장 등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래 정지가 장기화될수록 개인투자자의 불만은 더 커져 결정은 어려워진다. 거래소도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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