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 사는 건 위험…솔직히 말리고 싶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1일 11시 51분


금리 인상, 대출 규제로 인한 부동산 하향 안정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승세가 가팔랐던 강북 지역 집값은 이달 들어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고 있고, 강남3구 지역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팔려는 사람은 늘고, 사려는 사람은 점점 줄어 급매물이 쌓이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2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02% 하락해 4주 연속 떨어졌다. 서대문구(-0.08%), 성북구(-0.08%), 종로구(-0.07%), 은평구(-0.06%) 등 강북권을 중심으로 하향세다.

성북구 석관동 두산 전용면적 59㎡은 지난해 10월에는 8억4000만원(16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7억35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8월 9억9500만원(9층) 보다 1억원 가량 떨어진 8억9500만원(9층)에 지난달 거래됐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 전용 60㎡은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6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거래 8억4800만원(9층) 보다 1억2800만원 낮은 금액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고 팔려는 사람은 늘어나면서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은 4만7338건으로 2달 전에 비해 5.6% 늘었다. 중랑구(19.7%), 강서구(19.3%), 동작구(18.1%) 등의 순으로 많이 늘었다.

일선 중개업소들도 급매물 증가와 함께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성북구 길음동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말 최고가 보다 1억원 이상 호가가 내려갔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B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0평대 기준으로 1억5000만원 가량 떨어진 실거래도 있고 급매물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대출도 어렵고 비싼 금리로 대출받아 살 이유도 없다보니 사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한 만큼 지금 집을 사는 것은 투자 관점에선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길음동 C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집을 사고 싶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솔직히 말리고 싶다. 다들 안 사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라면서 “2024년까지는 계속 금리가 오를 거라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집값이 조정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집값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소 63%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금융그룹이 지난 20일 발간한 ‘2022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에 대해 중개업소 63%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64%가 상승을 예상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주택시장의 체감경기가 더 낮은 셈이다.

집값 선행 지표인 매매수급지수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8을 기록해 한주 전 88.7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 7월 셋째 주(87.2)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14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팔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선 이후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주 서울시가 잠실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을 통과시키면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잠실주공5단지가 6년여 만에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고 신속통합기획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서울 도심에서의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감은 가격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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