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가 22일 오전 경기 광주시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하고, 간선 차량의 진입을 막아섰다. 전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3층 점거를 풀었던 택배노조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물류 대동맥’ 끊기에 나선 것이다. 간선 차량들의 운행 차질로 CJ대한통운 택배 배송 지연이 예상돼 소비자 피해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과 택배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원 12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과 직원들이 진입을 저지했지만 택배노조가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를 막아서면서 2시간여 동안 간선차량 100여 대가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곤지암메가허브터미널은 하루 250만 개의 택배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택배터미널이다. 간선차량은 허브터미널에 모인 물건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간선차량 출차에 문제가 생기면 전국으로 뿌려지는 택배 물류 전체에 차질이 생긴다.
터미널 입구를 점거한 택배노조는 경찰이 제지하면 물러섰다가 간선 차량들이 일부 나가면 다시 길을 막아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택배노조 측은 “터미널로 (조합원들이) 진입하는 걸 허락해주면, 우리도 도로 점거를 풀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간선차량 운전자와 택배노조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노조원들이 더 몰려와 터미널 점거를 또 다시 시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경찰에 추가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현장 진입은 곧 터미널 점거를 의미한다는 입장이다. 허브터미널의 경우 오전에는 주로 터미널에서 택배를 싣고 나오는 간선 차량이 대부분이다. 오후에는 터미널로 들어가는 간선차량까지 현장에 도착하는데, 택배노조 방해가 지속되면 물류 차질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한 택배 대리점주는 “화요일은 일주일 중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다. 가장 택배 물류량이 많은 날에 간선차량을 막아서고 진입을 시도하려는 건 물류 마비를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간선차량이 전국으로 택배를 실어 날라야 대리점에서도 배송이 원활해지는데, 오늘 하루 배송을 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 택배기사들을 위한다는 노조가 결국엔 동료 기사들의 과로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21일 본사 3층 점거를 풀면서 대화를 하자던 노조가 하루도 안 돼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택배노조에게 공식 대화를 요구한다. 23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불법점거 직후 언론에 배포한 택배노조의 보도자료 제목은 ‘대화 좀 하자’였다. 그런데 이미 물밑으로 대화가 오갔으며 먼저 대화 테이블을 깬 쪽은 택배노조”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이중적인 행태로 공식적인 대화로 나아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리점연합은 또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인 만큼 ‘진짜 사용자’인 대리점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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