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현대인의 플라스틱 의존성을 빗대 ‘호모 플라스티쿠스(Homo Plasticus)’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플라스틱은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한 단어. 튼튼하고, 가공하기 쉽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썩지 않아 한때 ‘기적의 물질’로 불렸다. 하지만 썩지 않는 장점이 지금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개 바다로 흘러간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월 발표한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생물종, 생물다양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현재 수준의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계속할 경우 바다는 급속히 파괴된다. 2100년이 되면 현재의 50배 수준까지 오염될 것이라는 게 WWF의 전망이다. 이미 지중해, 동중국해, 북극 해빙 지역 등 일부 바다는 생태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염됐다는 진단이 있다. 바다가 망가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들뿐 아니라 인간의 삶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재난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는 2021년 발간한 ‘플라스틱 집콕 조사: 일회용의 민낯’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8개가 제품 포장재라고 밝혔다. 치약부터 시작해 샴푸, 컨디셔너, 스킨, 로션, 보디워시, 핸드크림, 손 세정제, 오일, 크림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일상 제품 가운데 플라스틱 용기에 담기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다행히 최근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 문제를 풀고자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고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체 화장품은 물을 첨가하지 않은 워터 프리(water free) 제품이라 부피가 적고 무게도 가볍다. 포장재도 종이 정도가 전부다. 액체 화장품을 고체 화장품으로 대체하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상당수 고체 화장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예쁘기까지 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다채로운 색 배합은 기본, 디자인이나 향기도 가지각색이라 선택의 폭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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