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쓰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확보한 특허가 양은 많지만 내실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대학, 기업, 공공연구기관이 확보한 AI반도체 관련 발명 건수(특허 건수)는 534건으로 분석됐다. 중국(6067건), 미국(2625건)에 이은 세계 3위다. 일본(308건), 대만(126건), 인도(81건), 캐나다(69건), 독일(64건), 영국(59건), 프랑스(39건) 등을 앞섰다. 하지만 특허의 질을 보여주는 ‘특허 인용 영향력’은 상위 20개 국가의 평균치인 7.59에 훨씬 못 미치는 4.6으로 오스트리아와 함께 공동 15위에 그쳤다. 특허 건수 1위인 중국도 인용 영향력에서는 17위에 머물렀다.
특허 인용 영향력은 전체 인용수를 전체 특허 건수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해당 특허가 후속 기술개발에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특허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한국의 대학, 기업, 공공연구기관은 모두 평균 이하의 특허 인용 영향력을 보였다. 상위 10개국의 대학·기업·공공연구기관별 특허 인용 영향력 평균은 각각 3.7, 8.2, 5인 데 비해 한국은 각각 1.2, 6.4, 2.2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특허 건수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 중 5위에 올랐고 인용 영향력에서도 9.9로 20개 상위 기업 중 8등으로 평가됐다. 특허 건수가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인텔이고, 영향력이 가장 높은 곳으로는 구글이 꼽혔다
대학 가운데선 서울대가 특허 건수에서 17위, 인용 영향력은 16위로 유일하게 20위권에 들었다. 연구기관 중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3위에 올랐지만 영향력에선 11위에 그쳤다.
특허 기술의 인용수가 전 세계 상위 10%에 해당되는 특허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핵심기술 보유 비중’도 한국은 3.7%로 상위 20개국 평균치인 5%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I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도 핵심기술 보유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핵심기술 보유 비중은 싱가포르(16.7%)와 스위스(12.5%)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특허 건수는 적지만 두 나라에 글로벌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있어 특허의 질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나라는 미국이다. 특허 건수가 2625건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으면서 핵심기술 보유 비중도 12%에 달했다.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는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보유한 특허 데이터베이스(DB)와 75개국의 특허청 DB를 분석했다. 2011∼2020년을 분석 기간으로 삼은 것은 이 기간에 AI기술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 등 기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컨설팅 전문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은 2020년 184억 달러(약 22조 원)에서 2030년 1179억 달러(약 14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준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장은 “한국 AI반도체 기술 혁신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핵심기술의 양과 질 모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정책적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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