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세계 3위 산유국 러 공급 불안해져
“러 수출 제재땐 150달러 넘을수도”
‘안전자산’ 금값 18개월만에 최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3% 안팎 급락했다. 국제유가도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짓눌린 세계 경제의 충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0%(70.73포인트) 하락한 2,648.80에 마감했다. 기술·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3.32% 급락한 848.21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68조 원이 증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669억 원, 4826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개인이 1조 원 이상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8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70%), 홍콩 H지수(―3.44%) 등도 동반 추락했다.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장중 4∼5%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곡물값 동반 급등… 에너지 ‘슈퍼 스파이크’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국제유가는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2020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의 ‘슈퍼 스파이크(대폭등)’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은 5%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105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역시 장중 8% 이상 폭등하며 2014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유가 급등세로 이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에너지 가격의 슈퍼 스파이크를 경고하면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할 뿐 아니라 모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밀,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도 5%대 급등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융시장에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금값과 달러는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약 2% 상승한 온스당 1945달러대에 거래되며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 여파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8.8원 급등한 1202.4원에 마감하며 다시 1200원 선을 돌파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한 만큼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면전 등으로 번질 경우 글로벌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불거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추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면전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내놓을 대응책도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