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유례없는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은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웃돌면서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사는 이른바 ‘갭투자’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새로 구하더라도 전세금 차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아파트값이 2년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또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도 3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하락했다. 지난 2019년 9월 둘째 주 이후 약 2년 5개월여 만에 하락했다. 서울은 -0.02%를 기록한 가운데,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보합으로 버티던 서초구가 -0.01%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성동구와 중랑구뿐이다.
수도권은 4주 연속 변동률 -0.02%를 이어갔다. 인천(-0.02%)은 경서동과 청라동, 동구 위주로 거래 심리가 위축되며 전체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졌고, 경기(-0.03%)는 이천시(0.21%)와 파주시(0.07%)가 재개발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으로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줄며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지방의 경우 세종(-0.24%), 대구(-0.13%) 등이 전주 대비 하락 폭을 키웠고, 전남은 보합에서 -0.02%로 하락 전환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 역시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수도권 전셋값 변동률은 -0.05%로, 전주(-0.04%)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 부담과 방학 이사 수요 마무리 등으로 전세문의가 감소하고 하락세가 지속됐다”며 “신규 입주물량 영향이 있는 지역이나 고가 단지 위주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세금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억3500만원에 매매된 서울 양천구 신정동 경동미르웰(14.02㎡)은 지난해 11월에 1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빌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지어진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 6642건을 조사한 결과 27.8%인 1848건의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는 5채 중 1채에 달했다.
주택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세금 부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대출을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갭투자가 성행한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거래가 끊긴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금을 돌려주는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너무 높은 단지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계약 전 집주인의 대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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