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가격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디지털 금(金)’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5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오전 10시 3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46% 오른 4714만2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우려에 8% 가까이 하락하며 1월 24일 이후 최저치인 4258만 원까지 급락했다. 해외에서도 전날 3만4000달러까지 내려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반등에 성공해 3만8000달러 선에서 거래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회복은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3.34% 급등한데 따른 동조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잦아들며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흐름에 ‘디지털 금’으로서 비트코인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점점 더 주식시장의 흐름을 닮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820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와 금리 인상흐름 속에 고점 대비 4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최근 고점 대비 10%, 20% 가까이 하락하며 조정을 받고 있는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보다 오히려 낙폭은 더 크다. 금 가격이 지정학적 불안감 속에 온스당 1913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6월 1일 이후 최고가를 나타낸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높은 하방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주식·외환 거래 플랫폼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최근 가격 폭락에 의지가 꺾였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막대한 불확실성 탓에 가상화폐 보유를 늘리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가상화폐 거래업체 B2C2의 트레이더인 크리스 딕도 “가상화폐와 주식의 상관관계는 지난 몇 달간 인플레이션 관련 거시경제 뉴스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높게 나타났다”면서 “이는 비트코인이 몇 년 전에 선전했던 안전자산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위험자산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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