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8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64·여)는 최근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100석이나 되는 가게가 늘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손님이 40∼50% 줄었다”며 “손님 한두 명에게 8000원짜리 메뉴 팔아봐야 적자만 쌓인다”고 했다.
지난해 전국 지역상권 30개 업종 가운데 16곳의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들은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돈 풀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30개 업종 중 16개 업종, 매출 감소
27일 신한카드가 지역상권 30개 업종의 지난해 연간 매출을 2019년도 매출과 비교한 결과, 절반이 넘는 16개 업종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국 가맹점에서 결제한 신한카드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을 바탕으로 지역상권의 매출을 추정한 결과다.
매출이 줄어든 16개 업종 가운데 여행업종의 매출이 2년 새 76.8%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관광객 감소로 소규모 면세점과 여행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유흥업소(―66.9%)와 한식(―19.8%), 일식·중식·양식(―11.9%) 등 음식점업의 매출 감소도 두드러졌다.
30개 업종 가운데 △가전·가구 △유아교육 △화장품 △여행 △유흥 △기타 요식(분식 등 일반대중음식) △한식 등 7개 업종은 2020년, 2021년 2년 연속 매출이 줄었다. 2년 연속 매출이 증가한 분야는 인테리어와 편의점, 자동차 판매 등 6개에 불과했다.
신한카드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개인사업자 카드매출’에 따르면 운수업 매출은 2년 전보다 53.2% 급감했다. 부산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C 씨(65)는 “코로나19로 손님이 30∼40% 줄었다. 기름값도 올라 운전할수록 손해”라고 했다. 재택근무의 여파로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매출도 41.0% 감소했다.
○ “지원금 300만 원, 한두 달 임대료 내면 끝나”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빚에 기대 연명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887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조1000억 원(14.2%) 급증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과 소기업 332만 곳을 대상으로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유덕현 관악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방역지원금 300만 원은 한두 달 임대료를 내면 끝난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은 ‘최대 50조 원의 추가 지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 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김영일 나이스평가정보 리서치센터장은 “업종별로 피해 규모가 다르니 전방위적 돈 풀기보다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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