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 S22 시리즈를 공개하며 스마트폰 내부 열을 방출하는 신소재 ‘젤 팀(TIM)’을 주력 기술 중 하나로 소개했다. 지난해 출시한 전작 갤럭시 S21 시리즈가 발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젤 팀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부터 열 분산기까지 열을 전달하는 비율을 기존 소재 대비 3.5배나 높인 것이다. 그만큼 열을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는 얘기다.
방열소재는 이렇듯 열을 방출하는 능력이 뛰어나 전자제품의 과열을 막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이 소재는 전통 난방 기술도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온돌 패널에 방열소재를 섞어 열 전달률을 4배 높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KIST 전북분원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의 양철민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이나 기계에서 열을 빼내는 데 쓰인 방열소재를 난방에 이용하는 역발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공기는 찬 공기보다 가벼워 위로 올라간다. 온돌은 이를 이용해 바닥을 데우면 열이 방 전체로 퍼지는 원리다. 과거에는 아궁이와 구들장을 이용했으나 현대식 건물들은 바닥에 파이프를 깔고 온수를 공급하면 바닥재가 데워지는 방식을 활용한다. 일반 주택에서는 파이프 위를 시멘트로 덮어 시공한다. 최근에는 어느 곳에나 설치와 해체가 자유롭도록 타일 형태로 시공하기도 한다. 온수 호스를 끼울 수 있는 타일을 퍼즐 맞추듯 설치하고 보일러를 연결해 온돌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가공이 편해 타일 소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이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의 열 전달률은 금속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스티로폼도 단열재로 쓰이는 소재다 보니 열을 전달하기는커녕 오히려 차단한다. 반면 열 전달 능력이 금속의 10배 이상으로 뛰어난 그래핀이나 탄소섬유 등은 값이 너무 비싸 건축자재로 쓰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값싼 흑연에 소량의 그래핀을 섞은 방열소재 물질을 소량 첨가한 뒤 열이 한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소재 배열만을 조절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우선 방열소재를 길쭉한 막대 형태로 만든 뒤 고분자(흑연)에 첨가한다. 그러고는 방열소재가 고분자 속에서 특정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절했다. 열이 고분자 속에서 방열소재를 따라 흘러가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온수의 온기가 올라오려면 수평 방향뿐만 아니라 수직 방향으로 열이 잘 흘러야 하는데 이 소재는 수직 방향 열전도도를 4배 높였다”며 “더 적은 양의 소재를 넣고도 열 전달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가로세로 1m, 0.5m 크기의 온돌 패널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KIST는 방열소재를 자그마한 조각인 펠릿 형태로 만들어 설비에 넣으면 플라스틱을 찍어내듯 타일을 찍어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지난해 10월 기술 이전도 완료했다. 연구팀과 2년간 이 패널을 공동 개발한 호야홈텍은 연간 1만3000t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황혜성 호야홈텍 본부장은 “해외에서는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는데, 호흡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에 감염병 환경에서는 더 불리하다”며 “온돌의 장점을 이용해 해외 수출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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