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서방 제재로 무역거래 차질 예상…금융망 퇴출 러 은행 범위에 촉각
무역협회에 中企 애로상담 줄이어
정부, ‘대체 결제’ 지원 방안 모색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 거래망에서 퇴출시키는 초강력 제재안을 꺼내 들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입대금 결제와 현지 교민들의 송금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러시아 은행들의 퇴출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무역 거래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결제’를 지원할 방침이다.
27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와 원자재 및 부품 등을 거래하는 국내 중소업체들은 이미 수출입대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무역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펄프를 수입하는 A사는 국내 은행 4곳에서 수입 업무에 필요한 신용장 개설을 거부당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국내 은행들이 러시아와 관련된 수출입 서류 인수 등의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B사는 외환 거래가 막혀 현지에서 결제대금을 받지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26일까지 협회 긴급대책반에 접수된 기업들의 애로사항 35건 가운데 대금 결제와 관련된 내용이 15건이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제재가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대(對)러시아 무역 규모는 273억 달러(약 32조6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조선사들이 러시아에서 선박 등을 수주한 규모도 약 12조 원으로, 수주대금 정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 현지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의 국제 송금에도 제약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통해 러시아 유학생, 주재원에게 송금된 자금은 624만7438달러(약 75억 원)다. 한 은행 관계자는 “SWIFT가 아닌 다른 결제망을 통해 송금할 방법은 있지만 하루 송금액이 제한돼 불편함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 범위에 따라 국내 기업과 국민에 미칠 파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서방 국가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27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금융 거래가 차단되면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계좌를 통해 무역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관계 외교당국과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이란도 서방 국가의 금융 제재로 거의 모든 금융사가 SWIFT 결제망에서 퇴출돼 달러화 결제가 막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만든 원화 대체 계좌를 활용해 무역대금을 결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란과 달리 러시아는 일부 은행만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며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현지 은행을 통해 무역대금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등 러시아 수출통제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초 미국과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이 24일(현지 시간) 발표한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에 FDPR가 포함돼 기업들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도 미국산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면 러시아 수출 때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네온, 크립톤 등 반도체 제조 핵심 품목의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제3국을 통한 수입과 대체재 확보 등에 나서기로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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