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받는 영향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러시아에 공장을 둔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고, 다른 기업들도 촉각을 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부품 업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에서 완성차 및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이른다.
특히 현대차그룹에 러시아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과도 같은 곳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 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현지 판매법인을 통해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약 38만 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 내 전체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위아를 비롯한 그룹 내 부품 계열사도 러시아에 진출하는 등 현지 시장 확장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현대차그룹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하는 몇 안 되는 시장에서 성장이 지체된다면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반영돼 주가도 약세를 보여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정보기술(IT) 부품 등의 수출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하지는 않아 당장 영향은 없지만 향후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수주액은 17억8450만 달러(약 2조1333억 원) 수준이다. 당장 사업장이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향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이 퇴출될 경우 공사 대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따낸 A건설사 관계자는 “(스위프트 배제로) 공사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면 정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텐데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현장 공사가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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