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나는 가상자산, 하루 거래액 11조 훌쩍…코스피와 맞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일 14시 10분


지난해 하반기(7~12월) 하루 평균 코인 거래액이 11조 원을 넘기며 코스피의 70%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자산 실거래 이용자가 558만 명에 이르고, 시가총액이 55조 원을 넘기며 코인이 자산시장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체 시가총액 규모에 비해 거래량이 과도하게 많고, 가격변동성도 코스피보다 4배 이상 높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발표한 ‘가상자산업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하루 평균 코인 거래액은 11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액(15조4000억 원)의 73% 수준이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국은 신고를 마친 24개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됐다.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 55조2000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2203조 원)의 40분의 1 수준이었다. 코인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원화예치금은 작년 말 기준 7조6400억 원으로, 주식시장 투자자예탁금(약 65조 원)의 8분의 1 규모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24곳에서 거래가 가능한 실제 이용자는 558만 명(중복포함)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 40대가 322만 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고, 20대 이하(134만 명·24%), 50대(80만 명·14%) 순이었다. 자산 규모별로는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용자가 82만 명으로 전체의 15% 수준이었다. 1억~1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용자가 9만 명(1.6%)이었고, 10억 원 이상 보유자도 4000명(0.1%)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56%는 100만 원 이하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유통되는 코인의 최고 가격과 최저 가격의 변동폭을 뜻하는 ‘MDD’는 하반기 평균 65%로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특정 코인의 가격이 이 기간에만 100만 원에서 35만 원 사이를 오가는 정도의 변동성을 보였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14.8%) 보다 변동성이 4.4배 높다. 전체 가상자산 중 41%(498개·중복포함)은 MDD가 70%를 넘기기도 했다.

실제로 투자자 이모 씨(31)는 작년 11월 이후 코인 가격이 조정흐름에 들어가자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을 총 3000만 원어치 사며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이후 미국 금리인상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로 변동성이 높아지며 현재 40%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 변동 폭이 이처럼 크다 보니 단타로 매매하는 투기 성향도 주식 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10~12월) 코인 투자자 1인당 하루 평균 거래 횟수는 4.1회였다. 한 대형 증권사의 주식투자자 1인당 하루 평균 거래횟수가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을 합쳐 0.85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 빈도가 주식에 비해 약 5배 높은 셈이다.

국내 코인 시장은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의 비중이 글로벌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국내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김치코인’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특정 국내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단독 상장 ‘김치코인’은 403개로, 전체 유통 코인(623종)의 65% 수준이었다.

글로벌시장의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였지만, 국내 4대 거래소에서는 27% 수준에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에서 변동성이 높은 단독 상장 가상자산에 대한 취급률이 높은 만큼 이용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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