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의 대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정부가 우리나라의 면제국 인정을 위한 설득에 나섰다.
FDPR 면제국 포함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면제국에 포함되더라도 수출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다만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을 시 미국 기술이 들어간 수출품에 대해 매번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불이익이 있다.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정부로서는 수출 통제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멕시코 출장이 예정돼 있던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급히 행선지를 바꿔 미국으로 향한다.
여 본부장은 3일 미국 현지에서 미 상무부 담당 국장 등과 고위급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면담에서는 미국의 FDPR 대러 수출통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면제국 포함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하며 수출통제리스트(CLL)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 항목에 대해 FDPR을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 등 기술이 적용된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신기술, 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에 관한 세부 기술이 규제 대상 포함됐는데 국내 반도체,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FDPR 면제국 명단에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를 포함하고 우리나라를 제외한 것을 두고 정부의 ‘늦장 대응’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적으로 러시아를 향한 수출 통제 및 재재 계획을 밝힌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 정부가 다소 뒤늦게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FDPR 면제국에서 제외됐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금융제재에 이어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겠다며 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국제사회와 비슷한 수준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측에 FDPR 면제를 설득하겠다는 논리다.
우리나라가 FDPR 면제국에 이름을 올려도 국제사회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제재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의 무역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포함시 ‘수출 통제권’ 일부를 잃는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 호전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면제국에 포함되는 상황이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우리나라의 러시아 제재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FDPR 면제국 포함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유선 등으로 실무 협상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달 4일(현지시간 3일) 전후로 포함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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