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세계경제 불확실성도 짙어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제곡물가, 원자재 가격 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에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휘발유 값은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4일 5년 만에 ‘물가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3일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7.19달러) 급등한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112.93달러를 기록했다
대러시아 제재에서 비롯된 교역 장애와 운송 문제가 공급 우려를 촉발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도 크게 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6주 연속 오름세다. 전국 대비 단가가 높은 서울지역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평균 1800선을 돌파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74.18원으로 전날보다 7.09원 올랐다.
특히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첫날(2021년 11월12일) 리터당 1814.01원이었다. 이날(3일) 가격은 1838.42원으로, 당시보다 24.41원이 더 올랐다.
국제곡물 가격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밀 선물은 14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2일) 아시아 시간대 거래에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은 2.5% 뛰어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러시아가 주요 밀수출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그리니치표준시로 오전 3시24분 기준(우리시간 오후12시 24분) CBOT 밀 선물은 2.5% 올라 부셸당 10.08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3월 부셸당 10.23달러 이후 최고다.
국제곡물 가격 인상은 빵·라면·과자 등 서민먹거리 식품의 물가 상승과 직결된다는데 우려가 크다.
대러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자재가 상승도 무섭다. 특히 나프타의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섬유·고무 등을 생산하는 기초 원료다. 거의 모든 소비재에 나프타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 제품이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나프타 수입량의 23%를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최근 수급 불안 문제로 나프타 가격은 직전 52주 최고가(톤당 910.7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석유화학제품 제조원가의 70% 안팎을 나프타가 차지하는 만큼 나프타 수급 불안·가격 상승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직격탄이다.
주요 원자재 광물 가격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일 기준 니켈 가격은 톤당 2만7000달러로 전일대비 6.09% 올랐다. 알루미늄 현물 오피셜 가격도 톤당 3605달러(3개월물 톤당 3570달러)를 기록,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현물 가격인 3519달러보다 2.4% 상승했다.
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주요 광물가격 동향’을 보면 2월 넷째 주 유연탄(연료탄) 평균 가격은 톤당 238.75달러로 전주대비 4.0% 상승했다.
2월 둘째 주 235.56달러로 고점을 찍었던 유연탄 가격은 셋째 주 229.61달러로 떨어졌지만, 우크라 사태가 발발한 넷째 주 다시 반등했다.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박에 정부는 비상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당장 오는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주재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물가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물가장관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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