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짓지 말라는 것이지요.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마당인데 정부의 대책은 답답하고, 열불이 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만 갑니다.”
4일 오전 전남 무안군 청계면 구로리의 한 양파 밭에서는 양파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농가의 정부지원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양파 밭을 갈아엎었다.
수확을 앞둔 이 마을 이모(69)씨의 양파 밭 2805㎡(850평)는 농민들에 의해 폐기됐다. 굉음을 내는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양파의 찌꺼기가 뒤덮였고, 진한 양파향만이 흔적을 남겼다. 지난해 10월에 심어 알이 여문 이 씨의 양파 밭은 트랙터 4대로 순식간에 갈아 엎어졌다.
주인 이 씨는 “인부도 없어 직접 풀을 뽑고 키운 양파를 갈아엎는다고 생각하니 어젯밤 잠이 오지 않더라”면서 “수확만 남겨두고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농민들은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로 양파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1년 전 1㎏에 1900원대를 형성하던 양파가격은 올 들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당 400원이던 양파가격은 최근에는 200~250원대까지 떨어져 생산비마저 건질 수 없다는게 생산농가의 목소리다.
양파 농민 김김수(56)씨는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니까 밭떼기 거래도 전혀 없다”면서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만 보는게 농사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양파가격 폭락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양파 소비처 중 하나인 학교급식이 중단되고, 식당마저 영업이 제한되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또 지난해 수확한 저장양파가 아직 창고에 보관 중인 가운데 3월말 4월초 조생양파 출하시기까지 겹치면서 가격 폭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양파수급 대책으로 저장양파 2만t 출하 연기와 2022년산 조생양파 44㏊의 출하정지를 내놓았으나 농민들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날 행사를 주관한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정부의 대책과 관련, “농민을 우롱한 것을 넘어 농민무시 농민 기만이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2021년 저장양파를 1㎏ 500원 수매 후 폐기와 올 조생양파 200㏊의 선제적 산지폐기, 소비부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농민에게도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촉구했다.
생산자협회는 남종우 회장은 “정부의 대책은 대책이라 할 수 없다”면서 “열심히 농사지은 죄 밖에 없는 우리의 요구는 헛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생산자협회는 대선이 끝나는 오는 10일 당선자 캠프 앞 시위와 14일 농식품부 앞 야적시위 및 천막농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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