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식비 부담이 나날이 무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가공식품 물가도 1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가계 생계비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연초부터 불붙은 식료품 업계의 가격 인상 기조는 끊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지수는 107.39(2020=100)로 1년 전보다 6.2%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2월(6.4%)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외식 품목 39개 전부가 상승세를 탔다. 특히 갈비탕(11.4%), 죽(10.8%), 생선회(9.8%), 햄버거(9.3%), 막걸리(8.7%), 피자(8.4%), 소고기(8.2%)가 크게 올랐다.
전달인 1월에도 외식 품목 전체가 상승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상승 폭이 더욱 커져 우려를 자아낸다.
외식 품목 중 3개를 제외한 36개의 전년동월대비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죽의 상승 폭이 3.1%포인트(p) 가장 크게 확대됐으며, 다음으로 피자와 커피가 각각 2.4%p, 2.3%p 확대됐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김밥(7.7→8.2%), 볶음밥(7.0→7.9%), 라면(7.0→7.4%), 떡볶이(6.3→7.3%), 돈가스(5.7→6.1%) 등은 일제히 상승 폭을 키웠다. 구내식당(4.0→3.6%), 도시락(0.6% 동일), 소주(0.9% 동일)만이 상승세 확산의 예외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신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올초부터 가격 인상이 이뤄진 외식 품목은 Δ죽(본죽) Δ햄버거(맘스터치, 맥도날드 등) Δ떡볶이(죠스떡볶이) Δ피자(59피자, 피자마루) Δ커피(투썸플레이스, 스타벅스) 등 대부분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었다.
게다가 외식물가는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강해 서민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가격도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05.95로 1년 전과 비교해 5.4% 상승했다. 2012년 4월(6.5%) 이후 9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대표적으로 소금(32.4%), 부침가루(30.7%), 국수(28.1%), 식용유(23.7%) 등 일상에서 자주 쓰는 품목이 많이 올랐다. 이밖에 라면(10.3%)과 빵(8.5%), 즉석식품(7.9%)처럼 끼니를 간편히 챙길 때 찾는 품목도 뛰었다.
앞으로의 물가 여건은 지금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앞서 향후 물가 전망을 설명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타격 등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들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더 악화될 가능성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와 곡물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이기에 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2월 국제곡물가격은 전월보다 3.9% 상승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밀과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 식료품 업계는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른바 ‘국민 간식’인 새우깡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 메뉴 가격은 이달부터 올랐으며, 참이슬·처음처럼 등 소주에 이어 카스를 비롯한 맥주까지 오는 8일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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