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PC게임에 주력하던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콘솔게임이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과 맞물려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할 지점인 동시에 새로운 개척지가 된 것이다. 과거 다량의 게임을 빠르게 출시·종료하며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양산하던 게임사들이 고품질의 콘솔 게임 제작을 통해 양보다는 질적으로 유저를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0일 스마일게이트는 자사의 지식재산권(IP) ‘크로스파이어’를 활용한 총쏘기게임(FPS) ‘크로스파이어X’를 엑스박스 시리즈 X/S, 엑스박스 원 등 엑스박스 콘솔 전용으로 출시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주력 IP를 활용해 ‘콘솔 전용’ 작품을 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X를 출시하며 “국내 게임사에게는 아직 불모지로 남아있는 글로벌 콘솔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선언했다.
스마일게이트뿐만 아니라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콘솔로 이용할 수 있는 작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넥슨은 올해 출시가 예정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아크 레이더스’ 등 주요 작품을 PC와 콘솔로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밝힌 바 있다. 펄어비스도 2019년 주력 IP 검은사막을 콘솔 버전으로 선보인 이후 ‘붉은사막’, ‘도깨비’ 등 주요 작품들을 PC와 콘솔 플랫폼 전용으로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하반기 글로벌 론칭을 목표로 신규 IP중 가장 빠르게 선보일 예정인 신작 ‘프로젝트 TL’도 PC와 콘솔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콘솔 작품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콘솔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은 558억26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26.6%를 차지한다. 특히 국내에서 콘솔 게임 비중은 5%대에 머물러 있지만,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40%에 육박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차지한다. 국내시장을 넘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게임사들의 입장에서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확률형 아이템 등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은 통하지 않고, 국내에서도 게임 선택지가 많아지자 빠르게 양산되고 빠르게 종료되는 기존 게임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 만들기 쉬운 게임을 빠른 호흡으로 제작하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같은 ‘양보다는 질’이 높은 게임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은 약 5.8%정도로 낮지만, 최근 5년간 30~60%로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특히 2020년에는 전년 대비 57.3% 성장하며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년시절 ‘슈퍼마리오’ 등의 콘솔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세대로 성장하게 되면서 값나가는 하드웨어와 타이틀 구매를 당연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실제 2020년 출시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 과 엑스박스X/S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등 콘솔게임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콘솔 시장이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같은 ‘구독형 시장’으로 재편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글로벌 콘솔 기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올해 초부터 대형 인수 합병(M&A)를 성사시키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 타이틀 ‘콜오브듀티’ 등을 개발한 블리자드를 인수하자, 소니는 엑스박스용 게임인 ‘헤일로’ 시리즈를 개발한 번지를 인수하며 맞불을 놨다. 타이틀을 개별 구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월정액을 내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독형 시장’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각사가 개발사 인수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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