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 및 기업 부채가 실물경제 성장 속도보다 빨리 불어나면서 금융 취약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경제위기 때보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민간신용이 장기 추세 대비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실질 신용갭률’은 지난해 3분기(7~9월)에 5.1%로 나타났다. 민간 부채 규모가 장기 추세보다 5.1% 크다는 뜻이다. 이는 2002년 카드 사태(3.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9%)보다 큰 규모다.
코로나19 이후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의 괴리도 심해졌다.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은 2019년 4분기~2021년 4분기 2년간 26.5%포인트 뛴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GDP보다 더 빨리 늘고 있는 셈이다. 1997년 2분기~1998년 1분기 외환위기(13.4%포인트), 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 글로벌 금융위기(21.6%포인트) 당시의 증가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과 주택가격의 사이클은 2005년 주택가격 급등기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에도 모두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됐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부채가 늘어나면 금리가 오르는 방식으로 금융 및 기준금리 사이클이 돌아갔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역(逆)동조 관계로 바뀌었다. 부채가 늘어난 상태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린 결과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현재 금융 사이클은 1980년대 이후 7번째 확장기에 있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규모를 합친 ‘실질 민간신용’을 금융 사이클의 지표로 삼아 1980년 1분기(1~3월)부터 2021년 3분기(7~9월)까지 측정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팀장은 “민간 신용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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