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당뇨식이 집으로 ‘띵동’… 케어푸드, 업계 블루오션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03시 00분


산모-영유아 위주 건강식 업계… 고령화 영향 실버푸드 중심 재편
현대그린푸드, 120개 당뇨식 레시피… 풀무원, 당뇨식 정기구독 서비스
“암-신장질환자 등 분야 넓어질 것”

대상 ‘뉴케어’
대상 ‘뉴케어’
30년 넘게 당뇨를 앓고 있는 A 씨(75)는 최근 요양원 입소를 고민 중이다. 식단 관리가 어려워져서다. 현미밥 등 저당 식단을 신경써주던 아내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 딸과 며느리가 반찬을 해주지만 삼시 세끼를 영양식으로 채우는 건 쉽지 않다. A 씨는 “혼자 먹는 데 장보기나 조리 과정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환자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당뇨케어 식품’ 시장이 식품업계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영양 기준을 통과해 신뢰도를 높인 식단이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집 앞까지 배달되고 있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특수 고객층을 위해 만들어지는 케어푸드 국내 시장은 지난해 2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1년 5104억 원 규모였던 케어푸드 시장이 10년 만에 5배 가까이로 성장한 것이다. 케어푸드는 기존에 산모나 영유아 등을 위한 건강식을 가리켰으나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가속화 등으로 씹기 좋은 연화식과 저염식 등 실버푸드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어푸드의 정점은 환자식으로도 불리는 ‘메디푸드’다. 경쟁이 본격화한 건 2020년 식약처가 영양성분에 민감한 만성질환자를 위해 ‘식단형 식사관리 식품’ 유형을 신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식습관 개선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당뇨환자용 식단형 식품이 가장 먼저 개설됐다. 단백질 18g 이상, 나트륨 1350mg 이하, 당류 10% 미만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식단형 식사관리 식품이 될 수 있다.


국내 당뇨 환자는 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 환자용 식단 시장이 열리자 병원식 경험이 있는 급식업체가 케어푸드 시장에 가세했다. 환자용 식단은 영양은 물론이고 질리지 않고 오래 섭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와 맛이 중요한데 대규모 식단 노하우가 있는 급식업체가 먼저 가능성을 본 것이다.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현대그린푸드 ‘그리팅’
현대그린푸드는 다양한 당뇨 환자용 식단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당뇨 환자용 식단형 식품 24종에 대해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표시·광고 심의를 통과했다. 시중 당뇨 식품 판매 회사 중에서 식단 수가 가장 많다.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혈당 개선 연구를 진행하면서 여주·꾸지뽕 등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 360가지와 이를 활용한 반찬 레시피 120종을 만들었다. 설탕 대신 홍시나 과일을 이용해 단맛을 내고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있는 당 성분 ‘알룰로오스’를 넣는 식이다. 전자레인지에 2, 3분 돌리면 되는 밀키트 형태로 이틀에 한 번 새벽 배송으로 배달한다.

풀무원식품 ‘디지인밀’
풀무원식품 ‘디지인밀’
녹즙 등 건강식 배송 강자인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7월 당뇨 환자식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채소찬 2팩, 단백질찬 1팩, 밥 1팩 등 4팩으로 구성된 ‘당뇨케어 밀플랜’ 세트(16종)를 전날 조리해 다음 날 새벽 배송하고 있다. 개인 설문을 통해 하루 필수 열량, 대사 건강지표에 맞춘 식단을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백미 대신 현미와 렌틸콩, 퀴노아를 넣어 당 함량을 3g으로 낮춘 ‘뉴케어 당플랜 볶음밥’을, hy는 22가지 곡물을 함유한 당뇨 환자 식사 대용식 ‘잇츠온 케어온 당케어’ 등을 지난해 각각 내놓았다.
hy ‘잇츠온 케어’
hy ‘잇츠온 케어’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뇨 식단 배달서비스는 재료 선택과 조리의 번거로움을 줄여 만족도가 높다”며 “향후 식약처 기준에 따라 암 환자용이나 신장질환자용 등 환자 질병 종류별 식단도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뇨식#케어푸드#실버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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