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으로 깡통전세도 늘어 보증금 못돌려 받는 피해 증가
확정일자 받으면 우선변제권… 전입신고로 법적 대항력 갖춰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도 임차보증금 보호 효력 생겨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원 A 씨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근 서울 시내 월세를 알아보다가 다가구주택을 소개받았다. 18채 규모로 신축에 가까워 내부 구조는 마음에 쏙 들었다. 지하철역에서도 걸어서 6분 거리. 출퇴근에는 더할 나위 없는 위치였다.
임대차계약 조건은 보증금 4000만 원에 월 임대료 60만 원. 공교롭게도 다가구주택에 사는 모든 임차인의 계약조건은 동일했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2021년 6월 1일자에 1순위 근저당권이 2억 원 설정돼 있던 것이다.
집주인은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주택 시세가 10억 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경매로 넘어가도 소액 임차인(세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증금을 잃을 일은 없다는 논리였다.
정말 소액 세입자는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최근 주택시장 규제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깡통전세도 늘고 있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가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보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세입자의 보증금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임대차 계약 시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통해 대항력을 갖춰 놓아야 한다. 부득이하게 대항력을 갖추지 못할 상황이라면 세입자 지위라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소액 세입자 지위를 갖춰 놓으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도 소액보증금에 대해서는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지역 소액 세입자의 보증금 기준은 1억5000만 원 이하. 여기에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치면 5000만 원까지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다가구주택처럼 소액 세입자가 여러 명이 있다면 같은 순위로 보증금을 안분배당(채권에 비례해 배당) 받게 된다. 하지만 소액 세입자여도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소액보증금의 배당 자원은 매각금액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는 탓이다.
예를 들어 A 씨가 소개받은 다가구주택 시세가 10억 원이고, 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후 시세의 90% 수준인 9억 원 정도에 매각됐다고 가정해 보자. 신한옥션SA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지역 다가구주택 매각가율은 91.02%였다. 이 경우 최우선변제 대상인 소액보증금의 배당 자원은 매각금액의 절반인 4억5000만 원이 된다. 이 돈을 세입자 18명에게 같은 순위로 안분 배당하면 가구당 2500만 원씩 돌아간다. 가구당 1500만 원씩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소액 세입자여도 최악의 경우에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항력을 갖춰 두는 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고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생긴다. 확정일자를 갖춰 놓으면 우선변제권까지 생기게 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추게 되면, 설령 해당 주택이 경매를 당해도 보증금은 안전하게 배정받게 된다.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지 못하는 때에도 잔여 보증금은 주택을 낙찰받은 매수인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력을 갖추려면 집주인이 전입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등기부등본에 권리관계(가압류, 가등기, 근저당권 등)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 즉, 근저당권 등의 권리가 있으면 대항력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다가구주택에 임대차계약을 할 때는 선순위 권리관계가 없는 주택을 선택해야 하며, 최소한 소액 세입자 지위를 갖춰 놓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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