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희 서울대 교수팀 개발 ‘혜안’
암호화 데이터 연산 무한대 처리
해킹-정보 유출 원천 차단 가능
한국 수학자들이 개발한 차세대 암호기술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IBM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에 적용된다. 해당 암호기술의 원조인 IBM이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채택한 사례라서 향후 국내 원천 기술이 전 세계에 보급될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설립한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은 자체 개발한 동형암호 라이브러리 ‘혜안(HEaaN)’을 IBM의 AI 머신러닝 플랫폼 ‘에이치이 레이어(HElayers)’를 통해 배포한다고 13일 밝혔다. 혜안은 임의의 연산을 무한으로 처리할 수 있는 ‘완전동형암호’ 기술이 적용된 크립토랩의 동형암호 라이브러리다.
동형암호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도 컴퓨터가 연산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암호화 기술로 IBM이 200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원래 데이터를 수학 함수를 변형시켜 알아볼 수 없게 암호화한 뒤 이를 암호가 걸린 상태 그대로 분석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암호기술로 현존하는 가장 안전한 암호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데이터 처리와 연산 과정에서는 암호화된 민감한 정보가 섞여 있을 경우 암호를 풀어야 연산이 가능해 이 과정에서 해킹이나 내부자에 의한 민감한 정보 유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동형암호를 적용하면 민감한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IBM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동형암호화된 데이터를 적용해왔다. 특히 동형암호화된 데이터 처리·분석 속도를 일반 데이터 처리·분석 속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완전동형암호’ 기술을 개발한 크립토랩과 협력 연구를 통해 크립토랩의 혜안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프라이버시 보호 AI 소프트웨어’인 에이치이레이어를 만들어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4세대 동형암호 기술인 완전동형암호란 암호화된 데이터 상태에서 임의의 실수 연산이 가능한 기술로 천 교수 연구팀이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동형암호의 한계로 지적됐던 실수 연산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해 동형암호를 머신러닝에 접목하는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도 자체 라이브러리를 통해 완전동형암호를 구현해 활용하고 있다.
IBM이 배포하는 에이치이레이어는 크립토랩의 완전동형암호 라이브러리 혜안을 통해 데이터 분석가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데이터를 빠르고 쉽게 개인 정보 유출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에 적용하면 중소기업이 기술 유출 걱정 없이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고 암호화된 상태로 분석해 설비 진단이나 공정 분석 등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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