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옥상인 39층 시공 방법을 무단 변경하고 옥상 밑 지지대도 빨리 철거한 데다 물을 섞는 등의 방법으로 기준치의 60%에 그치는 ‘불량 콘크리트’를 쓰는 등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령 상 최고 수준의 처벌을 요구할 계획이다.
사조위가 밝힌 사고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그동안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던 콘크리트 품질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붕괴된 17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를 시험한 결과 설계 기준 대비 60% 내외에 그쳤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원재료가 불량했거나 현장에서 콘크리트에 물을 섞는 등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층으로 콘크리트를 쉽게 쏘아 올리기 위해 콘크리트에 물을 섞은 뒤 충분히 양생(굳힘)하지 않았거나 콘크리트를 쉽게 타설(거푸집에 붓기)하려고 물을 더 섞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 강도가 떨어지면 철근과 잘 붙지 않아 안전성이 떨어진다.
붕괴가 시작된 옥상 바닥을 감리단 등의 기술 검토 없이 기존 설계와 다르게 시공한 점은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꼽혔다. 재래식 거푸집을 쓰는 일반 공법에서 ‘덱 플레이트’라는 거푸집을 활용한 덱 슬래브 방식으로 바꾼 것. 덱 플레이트는 동바리(지지대)를 최소화하는 공법이다. 동바리가 옥상 바로 밑 3개 층에 걸쳐 설치되어야 했지만, 사고 당시 옥상 바로 아래층(38층)에는 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만 설치됐다. 시공 과정에서 동바리를 조기 철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옥상 하중이 무거워지자 슬래브 중앙으로 무게가 집중돼 연쇄 붕괴가 일어났다.
국토부는 이달 중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고 서울시에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청문회 등 소명 절차를 거쳐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김영국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 참사까지 고려해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으로 공중(公衆)의 위험이 발생하면 법인 등록 말소가 가능하다. 공중 위험이 없다면 최대 1년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 소장 A 씨(49) 등 현대산업개발 직원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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