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권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바도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신흥국 투자자금 이탈로 번지면서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조만간 1500억달러(약 187조1800억 원)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전망이다.
당장 16일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로만 1억1700만달러(약 1400억원)를 내야 하는데 서방 측 제재로 달러가 바닥난 러시아가 이를 지불하지 못할 경우에는 4월15일까지 유예 기간이 주어질 예정이다.
국내외 금융권에선 러시아가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거란 관측이 자리잡고 있다. 이후 한 달 가량 유예 기간을 거쳐 디폴트 선언이 이뤄질 거란 전망이다.
이에 따른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지난달 27일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하고 러시아의 외환보유액 접근을 제한하는 ‘핵폭탄급’ 경제 제재를 발표한 이후 디폴트 가능성이 거론된 탓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전망이 스위프트 배제 이후 2주일 넘게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주는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물론 러시아 관련 펀드나 채권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문제가 남아 있지만 시장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만 디폴트 선언에 따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만큼 금융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신흥국 채권시장에 미칠 여파를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 대응 관점에서는 러시아 디폴트 자체보다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확산할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물론 러시아 디폴트가 당장 신용 리스크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주요 선진국이 통화 긴축에 돌입하며 신흥국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신흥 국가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려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글로벌 금리 상승 가운데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며 가산금리까지 오르게 될 경우 신흥국은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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