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업계 첫 대형기 자체 도입
최대 운항거리 1만km로 늘어나…호주-하와이 노선 등 우선 투입
“장거리 노선 꿈 5년 만에 이뤄”…미주-서유럽노선까지 확대 계획
“5년 전 세운 장거리 노선 취항 계획을 이제 이뤄냈습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장거리용 항공기 ‘A330-300’을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항공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거리 노선만으로는 안 된다”며 “장거리 기재를 도입한 건 제2의 도약을 위한 첫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A330-300을 들여왔다. LCC 중에서는 진에어가 장거리용인 ‘B777’을 운항하고 있지만 같은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에서 받아온 항공기다. 단거리 항공기만 보유하던 LCC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장거리 항공기를 들여온 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티웨이항공의 A330-300은 최대 운항거리가 약 1만 km에 달한다. 국내 LCC들이 보유하고 있는 ‘B737’이나 ‘A321’ 같은 단거리 항공기보다 최대 운항 거리가 2배 이상 길다.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와 호주, 동유럽권까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티웨이 A330-300의 좌석은 총 347석으로 비즈니스 12석, 이코노미 335석으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은 프리미엄 플랫베드형 좌석이다. 좌석 너비는 약 51cm(20인치), 좌석 간 간격은 약 150cm(59인치)다. 대형 항공사들의 비즈니스 좌석과 비슷하게 165도까지 누울 수 있다.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은 너비 약 46cm(18인치), 좌석 간 거리 약 81cm(32인치)다. 단거리 항공기보다 좌석 간격이 5cm 이상 길다. 장거리 여행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간격을 길게 했다는 게 티웨이항공의 설명이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좌석은 없다. 그 대신 OTT 플랫폼 왓챠와 제휴해 탑승객을 대상으로 콘텐츠 이용권을 제공한다. 승객들이 자신의 디지털기기들을 이용해 영화나 음악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티웨이항공은 A330-300 도입을 2017년부터 준비해왔다. LCC들이 경쟁적으로 취항하고 있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국제선만 운영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장거리 항공기를 운항하려면 기재를 들여오는 비용뿐만 아니라 훈련 및 정비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초기엔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합리적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면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있다고 봤다.
A330-300은 벨리(항공기 아래쪽에 화물을 넣을 수 있는 공간) 공간이 넓어서 1회 최대 20t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등한 화물 운임이 상승하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싱가포르와 호주 시드니, 하와이, 크로아티아 등에 A330-300을 우선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양 사가 함께 보유한 국제선 운수권을 일부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받아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대표는 “대형 항공사 통합에 따른 운수권 반납 및 재분배가 티웨이항공에는 새로운 기회다. 중장거리 노선에 적극 취항하겠다”고 했다. 이어 “A330-300으로는 미국과 서유럽 쪽 취항은 어렵기 때문에 추후 운항 거리가 더 긴 A330-200 등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대형기를 2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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