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18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본부에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2차 회의에 앞서 피해 회사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2022.3.18/뉴스1
“1990년부터 러시아를 무대로 30년간 사업을 일구어 왔습니다. 러시아에서만 사업하다 보니 이번 전쟁의 여파가 너무 커요. 자재 비용은 3개월 치가 묶여있고 모스크바 직항 노선이 중단돼 자재를 운반할 수도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한중수 마이크로디지털 대표는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앞에서 걱정을 쏟아냈다. 2010년 무역의날엔 ‘1000만달러 수출탑’을, 2018년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탄탄한 회사가 지금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오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2차 회의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강성천 중기부 차관을 비롯해 이성희 중진공 부이사장,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등이 자리했다.
간담회에는 마이크로디지털, 금유산업, 하임, 야다, 지쉘그룹, 필링크 등 중소기업 6곳이 참석했다. 이 기업들은 러시아 거래 비중이 매출의 30% 안팎인 곳들이다. 마이크로디지털과 하임은 러시아에만 수출하고 있어 매출 의존도가 100%에 이른다.
마이크로디지털 대표의 하소연에 강 차관은 “중진공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겠다”면서 “일단 유동성 풀어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왼쪽에서 7번째)이 18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본부에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2차 회의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 찍고 있다. 2022.3.18/뉴스1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대금 결제 지연이다. 건설업체 하임은 미수금 대금만 100억원에 달하고 중장비 부품업체 금유산업 역시 바이어의 송금은행 제재로 3억원가량이 은행에 묶였다.
최경찬 하임 실장은 “협력관계로 현지 공사는 중단할 수 없어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윤경덕 필링크 미국 지사장은 “비제재 은행을 통해 소액씩 송금받고 있으나 제재 대상 은행이 수시로 변경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결제 대금을 받는다 해도 환차손 문제에 직면한다. 마이크로디지털은 비제재 은행을 통한 대금 수령에도 폭락한 루블화 때문에 환차손이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
향후 사업 진행에도 걱정이 크다. 발주량을 예상해 원자재를 수입한 뒤 주문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국가간의 관계를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조희제 금유산업 대표는 “불용재고 처리방안이 절실하다. 대체 시장을 찾을 시간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강 차관은 “사태 진전에 따라 대러, 대우크라 무역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지원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이날 러시아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최대 3000만원의 마케팅·홍보·전시 참여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선박회항 및 항구계류 등으로 반송물류비, 지체료, 물품보관료 발생 등 피해가 발생한 기업에도 전용 물류바우처 트랙을 신설, 최대 1400만원까지 국비로 지원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대러 경제 제재로 중소기업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대응 TF를 가동 중이다. 지역별 60개 피해접수센터와 긴급경영안정자금, 기술보증기금 특례보증 등 비상 지원책도 운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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