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홈술족 증가세…음주장소 ‘집’ 답변이 87%로 1위
즐기기 위한 음주문화 확산 타고 무알코올 음료 거래액 80% 늘어
홈텐딩용 믹서류 판매도 증가…주류업체, 소용량제품 선보여
직장인 장모 씨(28)는 퇴근 후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무알코올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게 소소한 행복이다. 맥주 풍미와 청량감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다음 날 숙취 걱정이 없다. 장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에서 혼자 마실 때가 많다”며 “무알코올 맥주로 ‘혼맥’ 기분을 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혼술’ ‘홈술족’이 늘면서 무알코올 맥주나 토닉워터처럼 ‘홈술’에 특화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취하기보다는 즐기는 데 방점을 둔 새로운 음주문화가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다. 식음료 업계도 소비자의 달라진 취향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고 나섰다.
○ 숙취 없이 즐기는 ‘무알코올 맥주’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맞춤 안주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칭따오 논알코올릭’을 수입하는 비어케이는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와 손잡고 ‘식물성 양꼬치맛 육포’를 증정하는 협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사진 각 사 제공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0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술 마시는 장소가 변했다는 응답이 65.7%였다. 이 중 마시는 장소가 ‘집’이라는 응답이 87.3%였다. 코로나19 이후 선호하는 술자리 유형을 묻는 질문엔 ‘혼자서’라는 답변이 45.2%로 가장 높았다. 실제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주류시장 매출 점유율은 70%까지 치솟았다.
무알코올과 함께 저칼로리 음료를 원하는 고객이 늘자 하이트진로음료와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칼로리 함량을 대폭 줄인 ‘하이트제로 0.00’, ‘클라우드 클리어제로’를 출시했다. 사진 각 사 제공
음주는 싫지만 ‘혼술’ 느낌은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도 커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취하기 위한 음주가 아닌 즐기기 위한 음주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온라인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무알코올 음료’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80% 늘었다. 이 기간 2030세대 구매액이 45% 늘었고, 20∼24세 여성 고객의 증가율은 112%에 달했다. 하이트 제로, 클라우드 클리어제로, 칭따오 논알코올릭 등의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하이트 제로 0.00’은 지난해 2100만 캔이 판매돼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78% 올랐다.
○ 토닉워터 등 믹서류 판매도 동반 상승
‘홈텐딩(홈+바텐딩)족’ 증가로 가정 판매가 늘고 있는 토닉워터. 하이트진로음료 제공
집에서 칵테일을 제조해 즐기는 ‘홈텐딩(홈+바텐딩)족’이 늘면서 토닉워터 등 믹서류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위스키에 음료를 섞어 다양한 레시피를 공유하는 게 최신 유행이 되면서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위스키에 섞어 마시는 토닉워터, 탄산음료, 주스 매출은 올해 각각 54.1%, 24.8%, 13.5% 올랐다.
‘진로토닉워터’는 진, 보드카 등의 믹서로 주로 업소에서 소비됐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양주와 토닉워터를 활용한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홈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용량 제품도 인기다. 집에서는 위스키를 칵테일 형식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 대용량 제품 수요가 적다. 업체들은 다양한 소용량 제품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저도주 제품 ‘W아이스’를 450mL, 330mL 버전으로 출시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앱솔루트’, ‘제임스 스탠더드’, ‘발렌타인 12년’을 각각 375mL, 200mL, 350mL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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