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다. 자동차와 조선 등 대표적인 철강 수요 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호주산 제철용 원료탄의 가격은 17일 t당 658.7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보름 사이에 t당 200달러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제철용 원료탄은 쇳물을 생산할 때 연료로 사용하는 원자재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료탄 대신 호주산 원료탄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원료탄 값이 올랐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원료탄 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16%로, 호주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전쟁 상황이 길어질수록 원료탄 공급 부족이 계속돼 제철용 원료탄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철광석 가격과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등의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광석은 지난해 t당 약 90달러 수준에서 현재 150∼160달러다. 철스크랩은 이달 초 기준 t당 68만 원으로 1년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철강사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료 철강 업체들은 1, 2월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을 t당 2만∼6만 원 올렸다. 3월엔 포스코가 열연강판 가격을 t당 5만 원 올렸고, 포스코강판과 동국제강도 냉연도금 강판을 t당 5만 원 올렸다. 현대제철도 강관 가격을 t당 10만 원 올렸다.
철강값 상승은 철강을 많이 소비하는 자동차와 조선 업계에 큰 부담이다. 최근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철강사들은 후판 가격 동결 또는 소규모 상승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이 4년 만에 올라 조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만큼, 후판 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 세단에 900kg의 철이 들어가는데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른 만큼 생산 단가가 올라 제조 원가 상승 압박으로 돌아온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이중고가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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