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재현]재난 예방부터 신산업까지…‘하나된 물’이 여는 새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03시 00분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평년 대비 14.8%. 최근 3개월 동안 집계된 겨울철 강수 현황이다. 많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경북 울진 일대 산불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단비가 내리고 나서야 겨우 진화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계속됐다. 서울 면적의 41%다. 계절 순환이 예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불은 단지 시작일지 모른다. 기후위기는 현실이 됐다. 위기에 대응하고 변화에 적응하려면 우리의 조건들을 점검하고 재정의해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물에 대한 재정의가 우선돼야 한다. 기후 재난은 대부분 물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유엔은 기후 재해의 90%가 물과 관련해 발생할 것으로 진단했다. 기후 재난에 대응하려면 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물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재다.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중립 실현, 친수 생태, 신산업 육성, 기후·환경 도시에 이르기까지 시대 전환을 위한 핵심 원료다. 이는 신기후 체제로 전환하려면 물의 다양한 속성을 이해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물의 가치를 높이는 원칙과 방안을 수립해야 함을 뜻한다.

정부는 세계 물의 날의 주제로 ‘하나 된 물 관리’를 선포했다. 올해가 하천 관리 일원화로 통합 물 관리의 기반이 완성된 만큼 물의 다원적 기능과 가치를 하나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하나 된 물’의 관점에서 물 관리 정책을 조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홍수와 가뭄, 디지털, 물 가치, 제도혁신 등을 아우르는 통합 물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국민 안심을 위한 국토 균형적 홍수 관리가 요구된다. 다목적댐 위주의 치수 대책에서 벗어나 친환경 다목적 저류지 설치와 댐 직하류 하천 관리 강화 등으로 극한 강우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댐과 직접 연결된 하천의 취약 지구 전수조사 등을 통해 유역 공간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가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는 필수다. 내륙지역 수원인 댐 및 저수지 확보와 더불어 해수 담수화 등 대체 수자원 활용과 지역 간 수요 불균형에 대비한 수원(水源) 간 연계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자.

물 관리의 첨단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섬진강 등 주요 강 유역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조성하고 스마트 안전 관리 확대로 데이터 물 관리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저탄소·친환경을 기반으로 물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시대적 과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기존 댐의 효용을 증진하고 에너지 전환을 위한 다목적댐 발전 체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K-water는 통합 물 관리 실현으로 ‘물이 여는 미래’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하나 된 물’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수용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응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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