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성인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 인식을 주제로 포커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포커스 인터뷰는 기업에 ‘긍정적’, ‘부정적’ 인식을 가진 참여자들이 각각 5명씩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에 대한 호감도와 무관하게 기업의 과제에 대해 ‘미래 준비’, ‘일자리 창출’, ‘투자’ 등을 꼽았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한국 기업들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줄 것을 우선 주문했다. 기업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은 미래 기술 및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더 강조했다.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이들의 경우 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는 본업에 더 집중해 달라는 의견과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 “더 발전된 한국 위해 투자해야”
‘기업들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주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 중 하나에 대해 자영업자 한원표 씨(41)는 “대기업은 이미 일자리와 법인세 충당 등으로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강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해 더 발전된 한국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한 공공기관 직원 김모 씨(34)는 “본연의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비주력 계열사는 정리해 다양한 중소기업이 자라날 근간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대기업들이 이른바 ‘골목상권’까지 위협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 수정을 바란다는 것이다.
2, 3세 경영자들에 대한 발언들도 있었다. 본보가 서울대 이경묵 경영학과 교수와 함께 일반인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기업인 유형의 호감도 순위로 ‘네이버, 카카오 등의 벤처 창업자’가 1위,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창업자’가 2위로 꼽혔다. 반면 ‘2, 3세 대기업 경영인’은 5위에 그쳤다. ‘중소·중견기업 창업자’(3위), ‘초기 단계 벤처 창업자’(4위)보다 호감도가 밀렸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1세대 창업주와 비교해 2, 3세대 경영인을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배경을 언급했다. 무역회사 직원 박성준 씨(30)는 “1세대 창업주는 충분히 존경할 만한 부분이 있었지만, 경영이 대물림되면서 초기 창업주의 기업 경영 철학이 많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근영 씨(22)는 “초기 경영자들은 소비자들이 국민이란 생각, 나라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 세대가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윤 추구 자체만 목적이 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반면 2, 3세대 경영자들에 대한 긍정적 의견들도 있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전하린 씨(28)는 “이전 창업주들에 비해 요즘의 오너 경영인들을 보면 이미지가 친근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중이 댓글도 자유롭게 달면서 기업 이미지 자체도 좋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자영업자 한 씨는 “국내 기업에 매기는 증여세, 상속세 리스크가 크다 보니 2, 3세 경영인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우려된다”고 했다.
○ 기업 호감도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최근 재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수시채용, 경력직 우대 등 변화하는 채용 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디자이너 전 씨는 “새로 사회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기업도 몸집을 계속 키워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의 고용 창출 여력이 확보되기 위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웹툰 작가 지망생 최정찬 씨(28)도 “기업이 지금처럼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무원, 자영업자뿐”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거는 기대를 내비쳤다.
자신 또는 자녀가 근무했으면 하는 직장으로도 대부분 대기업을 골랐다. 기업 활동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도 대기업의 안정적인 처우와 복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본보 조사에서 ‘원하는 취업 형태’에 기업 호감 응답자의 47.5%(1위), 비호감 응답자의 27.7%(2위)가 ‘대기업 취업’을 꼽은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공기관 직원 김 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우 차이가 크다. 둘 중 고르라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게 사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기대는 본보 설문조사에서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대기업’과 ‘오너가 있는 대기업’이 기업 유형별 호감도 1, 2위에 오른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 뒤로 중견기업과 벤처, 공기업, 중소기업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들은 또 정부가 우리 기업에 대해 취해야 할 정책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37.5%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내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꼽았다.
주식 투자 등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과 기업인을 자신의 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기업에 부정적이라 했던 의사 이모 씨(35)도 “기업은 법을 지키고 탈세 안 하면서 사업 열심히 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2000년대 초반 탄생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서는 과거 대기업의 문제를 답습하지 말아 달라는 조언도 있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진기 교수(60)는 “이른바 ‘혁신기업의 재벌화’ 징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면서 “과거 대기업 폐단으로 지적됐던 왜곡된 기업 구조와 무분별한 사업 팽창을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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