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리는 신차, 이렇게 하면 빨리 받는다…옵션제외 등 ‘꿀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3일 14시 34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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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모델Y, 19인치 휠 선택을 피하라’라는 글이 전파되고 있다. 해외 공장서 완성돼 하반기(7~12월)에 국내로 들어올 예정인 모델Y 차종 중에서 19인치 재고가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커뮤니티에는 색상이나 옵션 선택에 따라 신차 인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꿀팁’도 공유되고 있다. 신차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와 부품 부족 등의 문제로 신차 대기기간이 1년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가 되면서 신차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뒤바뀌고 있다. 과거 신차의 디자인이나 성능, 가격 등 품질 비교가 우선이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얼마나 빨리 받을 수 있느냐”가 구매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복수 계약 후 ‘신차환승’
기아의 ‘The 2022 쏘렌토’. (기아 제공) 2021.7.1/뉴스1
기아의 ‘The 2022 쏘렌토’. (기아 제공) 2021.7.1/뉴스1
지난해 5월 기아의 K5를 주문한 직장인 A씨(30)는 며칠 뒤 곧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주문했다. 당시 출고기간이 3~5개월로 6개 월 이상 빨랐던 K5를 먼저 타다가 중고차로 팔고 쏘렌토 하이브리드(1년 이상)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A 씨는 출고 대란에 중고차 가격도 오르면서 장기렌트를 하는 것보다 이게 더 경제적이고 신차 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판단했다.

A 씨는 “당시 K5를 옵션까지 약 3300만 원에 샀는데 지금 중고차 시세가 3200만 대에 형성돼 있다”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종은 아예 역전될 때도 생겨나 주변에 신차 환승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실제 23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3월 기준 2021년식 투싼, 카니발, 쏘렌토 등의 중고차 가격은 출시가보다 일시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수입차 구매 고객들 사이에선 복수 계약을 하는 게 일반화 되고 있다. 수입차 대부분이 특정 옵션을 제외하면 더 빨리 출고해주는 ‘마이너스 옵션’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상품 여러 개를 주문을 걸어놓은 뒤 더 빨리 나오는 차량을 타겠다는 것이다. 벤츠는 GLE에 메모리시트 옵션을 제외하고, BMW는 5시리즈의 ‘터치플레이’ 옵션을 제외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아예 업체별 옵션별 출고 단축 차종 공유하는 게시글도 넘쳐난다. 수입차 업계의 한 판매상은 “요즘은 주간 단위로 빨리 받을 수 있는 ‘옵션 제외’ 대상이 달라진다”며 “테슬라를 제외하면 계약 해지금도 내질 않아 온라인에서 그런 정보를 먼저 확인한 뒤 현장에서 여러 개를 주문(복수 계약)하고 그중 먼저 나오는 차량을 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는 컨슈머리포트처럼 소비단체를 중심으로 소비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며 “국내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는 완성차의 소비 중심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해외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히 미국에선 제조사가 권장하는 가격인 ‘스티커가’에 소비자가 웃돈을 얹혀사는 기현상이 일반화 되고 있다. 보통은 할인을 받아 스티커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하던 게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제는 딜러들이 너무 높은 웃돈을 요구해 제조사들이 이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 출고대란에 ‘우선출고옵션’ 제도 도입
이런 신차 시장의 변화와 함께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일부 옵션과 부품을 제외하고 판 뒤 사후에 해당 기능을 추가해주는 ‘우선출고옵션’ 제도를 도입한 곳이 생겼다. 한국지엠은 최근 홈페이지에 일부 옵션(기능)을 제외한 차량을 구매하면 ‘사후추가’를 전제로 할인을 제공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트레이블레이저, 트래버스, 말리부 등의 차종을 주차보조시스템 등을 제외한 채로 구매하면 할인 혜택과 함께 추후 해당 기능을 보완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품 부족으로 어쩔 수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제도인데 이제는 고객이 먼저 어떤 옵션을 제외하면 빨리 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2~3년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가 올해부터 반도체 리드타임(납기기간)이 줄 것으로 기대하던 것과는 달리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 사모투자사인 스퀘나파이낸셜은 최근 “칩의 리드타임은 12월보다 1월, 6일이 늘어난 25.8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설비 공장을 증설하는 건 3~4년이 중장기 작업이다”라며 “최근에는 특히 반도체 후공정 공장이 많은 동남아 지역의 오미크론 확산과 물류 대란 등이 겹치며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더 부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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