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최장수 한은맨… 8년 총재 마쳐
美연준의 공격적 긴축 행보에 우려
“상황 녹록지 않다” 마지막 메시지
“금리 인상이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주열 총재가 23일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 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 나갈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해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됐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8년간 국내 통화정책을 진두지휘한 이 총재는 숱한 기록을 남기고 임기를 마치게 됐다. 그는 1977년 입행해 43년간 한은에서 근무한 최장수 ‘한은맨’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총재에 임명된 뒤 정권이 바뀐 다음인 2018년 연임에 성공했다. 44년 만의 연임이자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초의 연임이었다.
이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닥친 2020년 3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해 5월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0%까지 내렸다. 그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1.25%)이 취임 전(2.50%)보다 아래에 있다는 건 재임하는 동안 경기 상황이 어려웠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내 경제 파장을 우려했다. 한은이 2월 올해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3%와 3.1%로 전망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 없을 거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상황이 악화돼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을 높이고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며 경제 전망치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조절할지는 후임 총재와 금통위가 금융,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검토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존립 기반은 국민의 신뢰”라며 “신뢰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으로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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