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대의 차를 주문한 뒤 먼저 나오는 걸 우선 타고, 나중에 중고차로 되파는 ‘신차 환승족’도 등장했다.
직장인 A 씨(30·서울)는 지난해 기아 K5를 주문한 며칠 뒤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주문했다. K5는 출고 기간이 3∼5개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1년 이상)보다 6개월 이상 빨랐다. A 씨의 계획은 K5를 먼저 타다가 중고차로 팔고, 나중에 나오는 쏘렌토로 갈아타는 것. A 씨는 “K5를 약 3300만 원에 샀는데 지금 중고차 시세가 32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며 “인기 차종은 아예 가격이 역전(출고가<중고차)될 때도 있어 빨리 신차를 타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만한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3월 기준 2021년식 투싼, 카니발, 쏘렌토 등의 중고차 가격이 출시가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연식이 1, 2년인 신차급 중고차는 일시적으로 가격 역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복수 계약’, ‘옵션 감별’도 일반화
출고 지연 사태에 업체들이 내놓은 할인 프로모션을 십분 활용하려는 소비자들도 생겨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6월부터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대기 고객(3개월 이상) 중에서 쏘나타 등 다른 차종으로 전환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오닉5를 살 생각이 없어도 일단 대기를 걸어놓고 보겠다는 것이다.
‘복수 계약’도 일반화됐다. 동시에 여러 대를 주문한 뒤 가장 빨리 도착하는 차를 타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입차는 중도 계약 해지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이른바 ‘옵션 감별’에 나선 소비자도 많다. 벤츠는 GLE에서 메모리시트 옵션을, BMW는 5시리즈에서 ‘터치플레이’ 옵션을 제외하는 대신 고객에게 할인해 주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월간이나 주간 단위로 제외되는 옵션 항목을 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 출고 기간이나 가격 할인을 유리하게 받으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외 환경을 살펴보면 출고 지연 사태는 향후 2, 3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신종 소비문화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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