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북미 배터리 시장에 4조 공격투자…업계 경쟁 가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4일 14시 09분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美 독자 공장 신설 함께 발표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 맞아 日·中 경쟁사도 공격투자 예고

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캐나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미국에는 독자적으로 별도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북미 지역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국내외 배터리 업계의 현지 투자 또한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23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양 사 경영진,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축하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보내왔다. 트뤼도 총리는 공장 건설이 “수천여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세대가 살아갈 캐나다의 친환경적인 환경과 경제 구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합작 공장에는 모두 4조8000억 원이 투입되며,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800억 원을 출자하고, 7600억 원의 채무보증을 통해 지분 51%를 확보한다. 나머지 지분은 스텔란티스가 갖는다. 두 회사는 연내 착공해 2024년 상반기(1~6월)부터 연간 45GWh(기가와트시)만큼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는 지프, 크라이슬러 등 산하 브랜드에 캐나다 생산 배터리를 탑재해 2030년까지 북미 지역 차량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절반까지 끌어 올릴 예정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하는 별도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도 내놓았다. 충북 오창, 미국 미시간주, 중국 난징,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이은 4번째 독자 공장이자, LG에너지솔루션의 첫 북미지역 원통형 배터리 공장으로 지어진다. 이곳에서는 2024년부터 연간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가 생산된다.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등장하고, 무선 전동공구 등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커지는 북미 상황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배경이 됐다.

두 건의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북미에서만 연간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1회 충전으로 500㎞ 가량 달리는 전기차 250여만 대에 쓰이는 양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새 합작공장을 계기로 양사 모두 미래 전기차 시대 개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를 겨냥한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내 전기차 육성정책에 힘입어 배터리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CATL이 멕시코, 캐나다 등에 50억 달러를 들여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2010년대 초반부터 테슬라와의 협업을 이어온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미국 텍사스주 신공장 건설에 맞춰 인근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이 미국에서 2023년까지 조지아주 공장, 2025년까지 포드와 합작한 켄터키주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SDI도 미국 내 독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건 현지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해 46GWh였던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내년 143GWh를 거쳐 2025년 286GWh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을 핵심 공약으로 앞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공부문 차량 전기차 전환, 충전 기반 확대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 또한 2025년 7월 발효를 앞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현지 생산 부품을 75% 이상 탑재한 완성차에만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조치도 앞두고 있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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