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땜질처방’에 1주택자-다주택자 모두 아우성
한숨돌린 1주택자도 벌써 걱정…“내년에 2년치 한꺼번에 부담 우려”
보유세 급등한 다주택자는 분통…“이럴거면 퇴로라도 마련해 달라”
전문가 “다음정부 보완책마련 시급”
서울 강동구 천호동 A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m²)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 이모 씨(36)는 올해 공시가격을 받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지난해 9억8500만 원이었던 공시가격이 11억2500만 원으로 오르며 올해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공시가격 11억 원 초과)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산정해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내년에는 2년 치 상승분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이 씨는 “내년에도 비슷한 속도로 공시가격이 오른다면 보유세가 200만 원 가까이 늘 것 같다”며 “앞으로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예측이 어려워 불안하다”고 말했다.
24일 개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자 1주택과 다주택 납세자 모두 불만이 커지고 있다.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 완화 방안으로 ‘일단 한숨 돌렸다’고 안도하면서도 내년 이후 한꺼번에 많은 세금을 부담할까 봐 걱정하는 등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땜질처방에 불안해했다. 보유세가 급등한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세율을 낮춰서 퇴로라도 마련해 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1주택자는 “벌써 내년 걱정”, 다주택자는 ‘분통’
주부 박모 씨(66)가 은퇴 이후 실거주를 위해 3년 전 매입한 서울 마포구 아현동 B단지(전용면적 59m²)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9억8600만 원에서 올해 11억500만 원으로 올랐다. 원래대로라면 보유세로만 338만 원을 내야 했지만 지난해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계산하게 되면서 납부 예정액이 291만 원으로 줄었다. 박 씨는 “은퇴 후 소득이 없어 보유세가 부담이었는데, 일단 올해는 넘겼다”면서도 “내년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다주택자들의 불만은 더 크다. 인천에 공시가격 7억1500만 원, 4억3000만 원짜리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정모 씨(48)는 올해 보유세로 1069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보유세 납부액은 약 740만 원. 1년 만에 보유세가 300만 원 이상 늘어났다. 정 씨의 아파트 공시가격을 합하면 11억4500만 원. 서울의 공시가격 12억 원가량인 1주택자는 보유세를 418만 원 내게 된다. 그는 “서울에 공시가격 12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이 나보다 훨씬 부자인데, 계산해보니 보유세는 내가 두 배 넘게 많이 내게 된다”며 “이럴 거면 집을 팔 수 있게 양도세 중과 부담만이라도 줄여 달라”고 말했다.
○ ‘미봉책’ 보완할 정책 수정 뒤따라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향후 근본적인 정책 수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로라면 서울 강남권 ‘똘똘한 한 채’로 주택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 세 부담이 급격히 늘며 임대료로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현재 상황은 눈앞의 숙제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며 “차기 정부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적정 보유세 부담액, 세 부담 완화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크지만 당장 집을 매도하려는 수요는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 부담을 임대료로 전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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