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직장인 이모 씨(24)는 6월에 출국하는 하와이 왕복 항공편을 140만원에 예매했다. 신혼여행객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수기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나 높아진 가격이었지만 흔쾌히 결정했다. 이 씨는 “항공권 외에도 호텔과 식비 등 경비만 200만원 넘게 들 것으로 보이지만 갈 수 있을 때 나가는 게 우선”이라며 “명품 가방 하나 안 산 셈 치면 된다”고 말했다.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이후 항공권과 여행상품이 완판되며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트렌드가 과거와 사뭇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부터 확보하는 ‘플렉스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여러 국가보다는 단일 국가 중소도시를 일주하거나 휴양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29일 모두투어에 따르면 11일 정부 발표 이후 최근 2주간 신규 예약인원은 직전 2주보다 472% 증가했다. 특히 한 국가에만 머물며 중소도시까지 관광하는 상품이 많아졌다. 기존에는 ‘서유럽 4개국’처럼 인접국을 함께 둘러보는 상품이 대표였지만 이제는 ‘터키 퍼펙트 일주 9일’처럼 한 국가에 길게 머무르는 게 대세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멀티 국가 상품이 60%가 넘었지만 현재는 단일 국가 상품이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을 넘을 때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터키와 두바이 등 기존 비인기 여행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유럽지역 내 신규 예약 비중은 터키(29%), 스페인(28%), 중동(26%), 서유럽(10%) 순이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스페인(28%), 서유럽(27%)과 북유럽(20%)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터키와 중동은 각각 4%와 5%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아직 서유럽, 미국 등오로의 장거리 항공편 재개를 본격화하지 않아 터키와 중동 국적기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항공편 있는 곳 중에서 골라서 떠나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항공편이 아직 복원되지 않은데다 고유가로 인해 항공권 가격이 전보다 크게 올랐지만 소비자들이 크게 개의치 않는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항공권 통합 예약 사이트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호주 시드니 왕복 항공권 가격 최저가는 180만원에 이른다. 2019년 7월 중국의 남방항공이 특가로 내놓은 왕복 항공권은 35만원 수준이었다. 항공권 가격이 두배나 뛰었지만 예약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2년 만에 재개된 해외여행에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선호 여행지도 관광지보다는 휴양지로 바꿔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휴양지 선호도가 높아졌고 국내 항공사들이 하와이·괌·세부·사이판 등 휴양지 위주로 1분기 국제선 운항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미뤘던 신혼여행객들의 수요가 늘면서 하와이와 몰디브 등의 지역이 크게 인기를 끈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 강모 씨(26)는 “유적지와 유명 건축물 관람도 좋지만 코로나19 이전처럼 수영복을 입고 푸른 해변과 백사장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댓글 0